인천공항공사가 사장을 공개모집 중인 가운데 ‘낙하산 인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모습.
이채욱 현 CJ대한통운 부회장이 공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난 2월 14일 이후 공석을 메우기 위해 공사는 지난 1일부터 임기 3년의 사장을 공개모집 중이다. 하지만 지원서 접수 마감 시한이 오는 12일까지로, 12일에 불과해 사장이 이미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는 인천공항 건설의 주역인 강동석 초대 사장 이후 2대 사장부터 공모를 실시했다. 2대 사장 공모의 경우 한 달간 원서를 접수했다. ‘낙하산 파동’ 끝에 세 차례나 추가 공모를 실시한 2005년의 3대 사장 공모의 경우 최종 원서 접수 마감까지 약 넉 달이 걸렸다. 재공모를 실시한 2008년 4대 사장 공모 때도 약 두 달간 원서를 받았다.
사실 공사에는 그동안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전·현직 공무원들이 임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초대 강동석 사장의 경우도, 과거 교통부에서 실장까지 지냈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거쳐 결국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제2대 조우현 사장도 건교부 차관까지 지냈으며, 현재 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영근 부사장도 건교부 출신이다.
특히 공사의 이번 5대 사장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가스공사 등 이명박(MB)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물갈이’ 시즌과 때를 같이 하고 있어 새 정부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채욱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월 말부터 업계 안팎에서 차기 사장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영근 부사장을 비롯해,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 이재희 3대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이재희 전 사장만 그나마 국토부와 관련이 없는 민간 출신이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퇴임을 앞둔 현직 국토부 고위 관료가 공사로 자리를 보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김세호 전 차관의 경우 지난 2008년 4대 사장 공모 때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으나, 재공모 끝에 이채욱 전 사장에게 물을 먹은 바 있어 공사 사장 자리를 두고 ‘재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서 접수 기간이 짧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사장 부재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차기 사장 인선을 신속히 마무리 짓기 위한 공사 측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이채욱 전 사장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자진 사퇴하는 형식을 띠면서 사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며 “당장 6월부터 제2 여객터미널 등 3단계 건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인천공항공사가 차기 사장 선임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 해석은 내정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실시하는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의 사임 직후부터 차기 사장 후보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후보군에 올라 온 일부 인물의 경우 이미 청와대에 줄을 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기 사장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공사 안팎에서는 이영근 부사장이 차기 사장 영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이영근 부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앞서 언급됐듯 공사가 수조 원이 투입될 인천공항 3단계 건설 사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그 근거다.
공사 노동조합(위원장 강용규) 관계
자는 “이영근 부사장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공모 원서 접수 기간이 짧아진 것은 국토부와 사측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공석이 길어지니 좀 빨리하자고 한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주로 부사장급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왔고, 사장의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민간에서 자주 왔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공모 기간이 짧다고 볼 수 없다”며 “내정된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12일 원서 접수가 끝나면 공사는 접수자를 상대로 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복수의 후보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한다. 위원회는 1차 의결을 통해 더 압축된 후보를 공사 이사회 및 주주총회로 보내고 여기서 재의결된 단수 후보가 국토부로 올라가게 된다. 이후 국토부 장관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프로세스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