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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지난 1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SK㈜를 비롯해 그룹 내 핵심 상장 계열사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 주주들에 대한 현금배당 결정을 알렸다. 지난 12월 31일 주식보유 현황 기준으로 1주당 SK㈜는 1950원, SK에너지는 2100원, SK텔레콤은 8400원을 배당하게 됐다. 현재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 104만 787주(지분율 2.22%)를 보유하고 있어 20억 원가량의 배당액을 수령하게 된다.
최 회장이 이 배당금을 밑천 삼아 빈약한 SK㈜ 지분율 강화에 나설지 시선이 쏠린다. 지난 2007년 SK그룹의 지주회사제 전환 선언 이후 재계에선 최 회장의 SK㈜ 지분율 증가과정에 주목해왔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는 ‘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 형태로 최 회장이 SK C&C 지분 44.50%를 보유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가기 위해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최 회장이 지주사가 될 SK㈜ 지분율을 늘려야 한다.
지난 2007년 SK는 지주사 선언을 통해 SK㈜를 지주사 SK㈜와 사업 자회사 SK에너지로 분할했다. 이후 최 회장은 본인 명의 SK에너지 지분을 SK㈜ 지분과 교환하는 식으로 0.97%에 불과했던 SK㈜ 지분율을 2.22%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후로도 재계 관계자들은 최 회장이 주식배당금 등을 이용해 SK㈜ 지분율을 높여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05년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을 대량 확보해 최 회장의 경영퇴진을 촉구했던 이른바 ‘소버린 경영권 침공 사태’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까닭에서다.
그런데 2007년 7월 2.22%로 올라선 이후로 최 회장의 SK㈜ 지분율엔 지금까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은 국내 증시 폭락으로 많은 재벌가 인사들이 자사 지분을 사들인 것과 대조된다. 대주주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동시에 예년보다 적은 돈으로 지분율을 늘릴 기회였건만 최 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만 해도 14만 원을 웃돌던 SK㈜ 주가가 10월 말 5만 3000원대까지 추락했지만 최 회장은 이 기간 동안 단 1주도 사 들이지 않았다. 최종건 SK 창업주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계열분리 전망 속에 지난 1년 동안 SKC 지분율을 2.78%에서 3.12%로 높인 것과도 비교된다. SK㈜ 주가는 2월 4일 현재 11만 500원까지 회복된 상태인데 2007년 말 29만 원대였음을 감안하면 아직도 대주주에겐 매력적인 가격일 것이다.
하락장세에서 최태원 회장 대신 SK㈜ 지분 매집에 열을 올린 것은 다름 아닌 SK C&C였다. 지난 한 해 동안 SK㈜ 주식 300만여 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종전의 25.42%에서 31.82%로 끌어올렸다. SK C&C가 대주주로서 SK㈜ 주가 관리에 애를 쓴 동시에 SK C&C 회사 가치를 높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SK C&C의 영향력 확대는 SK㈜를 지주사로 하는 지주회사제에 역행한다’는 등의 비판을 낳기도 했다.
SK C&C는 그동안 최 회장의 SK㈜ 지분율 상승을 위한 ‘실탄 창고’로 여겨져 왔다. SK그룹 물량으로 성장해온 SK C&C가 지난해 상장계획을 발표하자 최 회장이 상장차익을 통해 SK㈜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SK C&C 상장철회 공시 이후 SK에선 아직 구체적인 재추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SK C&C 상장은 최 회장의 SK㈜ 지분율 강화와 더불어 핵심 계열사들의 실탄 확보 기회다. SK C&C 지분 30%를 보유한 SK텔레콤은 KT-KTF 합병 추진에 맞설 투자자금을 당길 수 있으며 SK C&C 지분 15%를 지닌 SK네트웍스도 현금 보유량을 늘릴 수 있다. 이는 순환출자 해소를 요구하는 지주사법을 충족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렇듯 일석이조를 미뤄온 이유는 딱 한 가지. 주가 때문이었다. SK C&C 상장을 추진하면서 공모희망가액을 주당 11만 5000~13만 2000원으로 산정했지만 경제위기가 닥치고 증시가 무너져 내리자 원하는 가격대로 상장할 수 없게 돼 철회한 것이다.
지주사 전환 선언 이후 요건 충족 유예기간을 2년으로 하는 현행 지주사법에 따르면 SK는 오는 6월까지 순환출자 해소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난해 12월 인사를 통해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SK C&C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SK C&C 가치 높이기와 상장작업을 위한 포석이란 평이 뒤를 따랐다. 그러나 ‘데드라인’인 6월을 불과 4개월여 남겨놓은 지금까지 SK에선 상장 관련 공식 언급이 없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추가로 시한을 2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만 용인해준다면 SK는 올 6월이 아닌 2011년 6월을 목표로 지주사 계획을 늦출 수는 있다.
재계에선 SK의 다소 느긋해 보이는 태도를 국회에 상정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연결시켜 해석하기도 한다. 개정안엔 ‘불가피한 경우 지주회사 요건 충족 유예기간을 최대 5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SK는 2012년 6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인사를 통해 법조계·관료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앉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2월 입사한 윤진원 부사장이 최근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으로 선임됐다. 입사 1년밖에 안 된 외부영입 인사를 총수의 최측근 자리에 앉혔다는 점에서 파격이란 평가를 받았다. 2004년 1월 입사한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 강선희 상무(SK에너지 윤리경영본부장)도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이밖에 부산지검 부장검사 출신 김준호 SK에너지 사장과 대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한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의 활동반경도 확대되고 있다.
SK네트웍스 사장에서 그룹 주력인 SK텔레콤 대표이사로 옮긴 정만원 사장은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동력자원부 법무담당관과 석유수급과장, 상공자원부 구조통상과장을 지낸 정통관료 출신이다. 1994년 유공(현 SK에너지)에 입사해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 당시 정상화추진위원장을 거쳐 대표이사를 맡아 4년 만에 공적자금 수혈 없이 워크아웃 졸업을 이뤄내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법조계와 정부부처 이력을 지닌 인사들의 약진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사법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최 회장의 포석으로 관측하고 있는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