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향이 신입사원 초임을 낮추고 조정을 해서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채용하자는 분위기다 보니 과거 선배들보다도 더 철저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면 자칫 낙오하기 십상이다. 1년차부터 5년차까지,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재테크와 고민을 엿봤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들어간 A 씨. 지방대학을 나온 그는 그래도 그만하면 잘됐다고 생각했다. 같은 과 졸업동기 중 아직도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이 절반이나 되다보니 모임을 나가도 분위기는 썰렁하다. 취업하지 못한 동기들의 주머니 사정은 물론이고, 대부분 중소기업에 취업한 동기들의 주머니 사정도 그리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저축하고 있다는 A 씨는 그러나 물가나 주택가격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아무리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지금처럼 모아서 결혼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의 월 실수령액은 150만 원 정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A 씨는 한 달에 20만 원 정도 어머니에게 생활비로 드린다. 30만 원은 본인의 교통비와 잡비(용돈)로 사용하고 있다. 본인의 용돈으로 각종 모임 회비와 경조사비용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모임이 아니면 참석하지 않든가 차례로 돌아가면서 참석하는 방법으로 절약하고 있다. 나머지 100만 원은 저축한다.
A 씨가 지금까지 저축한 방법은 매달 주택청약저축에 10만 원, 생명보험에 10만 원, 나머지 80만 원은 3년 만기 은행 정기적금에 불입하고 있었다. 회사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으니 저축도 전부 1년이 되지 않는다. 청약저축은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종합주택청약예금이 더 유리하다고 해서 새로운 것으로 바꿀 예정이다. 적금은 만기가 될 때까지 유지하려고 한다.
10개월 남짓이지만 갈아타는 것이 본인에게 큰 손해라는 생각이다. 3년 뒤에는 상여금과 급여인상분을 포함, 4000만 원 정도를 모으는 것이 목표다.
다음은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5년차 직장여성 B 씨의 얘기다. B 씨의 직장은 외국계 기업. 그렇다고 다국적기업이나 선진국 기업이 아니라서 급여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그녀가 이 직장을 선택한 이유는 적당한 급여와 노동 강도, 넉넉한 자기시간과 출장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 전에 돈을 모으기 좋은 조건 중에 하나가 생활비 절약인데 그녀도 A 씨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부모와 생활한다. 그녀는 결혼비용을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조건으로 부모에게 생활비를 내놓지 않아 더 많이 저축할 수 있었다.
B 씨는 현재 직장에서 정확한 근무시간과 휴일, 휴가를 지키고 있다. 본국의 휴일도 같이 쉬기 때문에 다른 우리나라 직장인들에 비해 쉬는 날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도 많이 있다. 어학은 물론, 운동과 여러 강좌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한 달 급여 거의 전액을 저축하고 있는데 자세한 금액을 밝히지는 않지만 5년간의 저축액이 1억 원을 훌쩍 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그동안 펀드를 중심으로 저축했지만 지난해 초 주가가 떨어지고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무렵 모두 정리하고 지금은 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으로 전환했다. 그녀 자신이 대견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민첩한 행동이었단다. 그러나 고민도 있는 법. 결혼자금도 충분하고 직장도 든든하다보니 오히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서는 결혼을 독촉하지만 결혼 생각은 없고….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내심 걱정만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C, D 씨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되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공시족’에겐 선망의 대상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결혼한 C 씨는 ‘외벌이’다. 외아들인 그는 결혼과 동시에 서울시내 109㎡(33평)형 아파트를 부모로부터 받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혼자서 벌어 앞으로 태어날 2세 양육과 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니 재테크에 대한 고민은 적지 않다.
C 씨가 결혼 전 공무원 생활 5년 동안 모은 돈은 결혼비용으로 충당했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월급 관리는 부인에게 맡겼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부부가 같이 월급의 사용 내역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부모가 마련해준 아파트 덕분에 집 걱정은 없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인은 펀드나 주식투자에 더 관심을 갖자고 하지만 C 씨가 주장해서 주로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의 금융상품을 이용한다. 안정성 위주로 저축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D 씨는 C 씨와 동기지만 나이는 두 살이나 어리다. 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고 C 씨처럼 부모가 집을 마련해줄 만한 여력도 되지 않는다. D 씨는 3년 전 여자친구와 함께 4000만 원을 모으기 위해 5년짜리 적금에 가입했다. 한 달에 5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가지만 둘이서 같이 모으다 보니 서로 격려도 되고 애정도 돈독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 적금의 만기가 되면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열심히 모아서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 시절의 재테크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우선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저축해야 한다. 저축은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봉’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에게 기대서는 안 되겠지만 도와준다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젊음은 재산이다. 그 재산을 성실하게 잘 불려야 삶이 풍요롭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