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실적이 악화된 증권사들은 긴축경영을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은 대신증권 본사 전경. 이상민 인턴기자
대신증권은 4월 초 인수한 한국남부발전 회사채로 인해 수십억 원가량의 평가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는 이미 일부 매각해 매각차손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적게는 20억 원에서 많게는 40억 원까지 손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영업업무와 관련해 수십억 원의 손실은 작지 않은 타격이다. 대형 증권사 회사채 업무 관계자는 “회사채 영업은 아주 말끔하게 처리해도 20BP(금리나 수익률을 나타내는 단위로 100분의 1%를 의미한다. 100BP면 수익률로는 1%포인트에 해당한다) 정도”라며 “20억 원을 벌려면 1조 원가량의 회사채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한 종목에서 이 정도 손실은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말했다.
남부발전 회사채 영업에 따른 손실 때문에 대신증권의 채권 영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앞서간 것만은 아닌 셈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아직 평가손 상태인 데다 헤지(위험 대비 혹은 관리)를 해놓았기에 알려진 것만큼 손실 규모가 크지는 않다”면서도 “정확한 손실 규모를 밝힐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왼쪽부터 이어룡 회장, 양홍석 부사장
이 같은 상황에서 새삼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총수인 이 회장은 내년이면 취임 10주년이 된다. 지난 2004년 9월 남편 양회문 전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자리를 이어받았다. 양 전 회장의 두 아들이 어렸던 탓이다. 양 전 회장 생전에 이 회장은 주부로서 양 전 회장 내조에만 신경 썼다. 대신증권에서 별다른 직책을 맡지 않은 데다 드러내놓고 경영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대신증권의 지분도 거의 없었다. 다행히 시아버지인 고 양재봉 명예회장이 곁에 있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순수 금융그룹으로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증권사도 드물다. 이어룡 회장과 장남 양홍석 부사장(32)이 이끄는 대신증권은 이와 관련해서도 증권업계에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양 부사장은 스물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에 2010년 5월 대신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작스레 퇴임하고 현재는 사내이사로만 등기돼 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임기가 다 돼 퇴임한 것일 뿐”이라며 “책임경영을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대신증권은 2004년 양 전 회장 사후 2010년 5월까지 증권업에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러다 양 부사장이 2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나 양 부사장이나 워낙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 데다 사업적으로 크게 부각될 일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인수·합병했을 당시에도 대신증권 오너 일가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들들이 너무 어려 어쩔 수 없이 회장에 오른 것 아니겠느냐”며 “이 회장은 물론 아들인 양홍석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가지는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과 양 부사장의 경영 능력과 실적은 창업주인 양재봉 전 명예회장이 타계한 2010년 12월 이후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증권업계가 가장 좋지 않을 때. 두 모자 오너가 이 ‘지옥 같은’ 상황을 어떻게 헤치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오너 일가 지분율 살펴보니 9%론 왠지 찜찜 이마저도 2012년 초 9.08%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셈이다. 2012년 초 양 부사장의 지분은 6.55%, 이 회장은 1.17%, 양정연 씨는 0.78%였다. 연초 대비 주식 수로는 양 부사장이 5만 700주, 이 회장이 9만 3060주, 양정연 씨가 12만 6710주를 늘렸다. 대부분 장내매수를 통해 늘린 것이어서 주가 등락폭을 감안해 주당 1만 원이라고 감안하면 27억 원가량을 지분 매입에 사용한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자사주와 우리사주조합 등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30%가 넘는다”면서 “대기업들도 대부분 그 정도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대신증권 자사주는 13.95%이며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6.75%다. 대신증권 오너 일가의 취약한 지분으로 인해 한때 대신증권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 회장과 양홍석 부사장, 양정연 씨를 비롯해 대신송촌문화재단 등 특수관계인들은 그동안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던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자사주상여금’ 명목으로 이 회장이 2만 7931주, 양 부사장이 3111주를 늘리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 4월 18일 기준 양 부사장이 6.66%, 이 회장이 1.41%로 늘어났으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도 9.86%로 상승했다. 대신증권 직원들은 오너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취약한 지분율로 지배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그런 부분은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