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구리가 멀리 뛰려면 다리를 움츠렸다가 뛰어야 하는데 너무 움츠리고만 있다가 다리가 굳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며 공식 대권도전 선언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연륜이나 경륜으로 비춰볼 때 이한동 전 총리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과 사돈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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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리에서 잠재적 대선후보로…. 지난달 11일 있었던 이한동 전 총리의 이임식 장면. | ||
그러나 이 전 총리는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직이나 지지기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대중적 지지도가 높지 않은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그의 또 다른 약점도 적지 않다. 그는 양지 인생을 살았다. 전두환 정권에서 김대중 정부까지 그는 핵심 요직에 머물렀다. 3김과의 20년이 넘는 인연은 각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연은 장점도 될 수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다. 3김과 더불어 걸어온 이 전 총리의 ‘양지인생’에는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이 늘 함께 했다. 이렇게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균열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8·8재보선 이후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한동 전 총리에게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한동 전 총리는 무엇보다 정치권 전반에 비토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조직과 세가 없는 만큼 이 전 총리 본인이 스스로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정치권에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전 총리를 정점으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전 총리가 얼마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곂3껐 충청권으로 삼분돼 있는 정치구도를 후삼국 시대 상황으로 비유하며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처럼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중부권 대망론을 부각시킨데는 지역색이 엷은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나선 것이다.
또 이 전 총리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권력의 1인 집중은 막아야 하며 머지않아 가장 적절한 권력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도 향후 권력구조 개편을 매개로 정치권에 변화가 일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이한동 전 총리는 민주당과 자민련과의 공조가 깨지면서 총리를 선택,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의 관계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김 총재에게 인간적으로 죄송하지만 상당한 시일이 흐르면서 김 총재도 이해했다”며 상당부분 관계 복원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자민련으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실질적으로 이 전 총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자민련보다는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풍이 거세게 불던 때만 해도 이 전 총리는 사실상 대권에 대한 의지를 접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선출된 이후 노풍이 가라앉으면서 이한동 전 총리측은 다소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측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후보가 실각할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개헌을 매개로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은 이한동 전 총리측을 고무시키고 있다. ‘꿈’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조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노무현 후보를 대신할 대안으로 이한동 전 총리가 자리매김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와 이후 민주당내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과정에 이한동 전 총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일차적으로 ‘탈DJ’를 진행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가 10%대로 떨어진 현재의 지지율에 변화가 없을 경우다. ‘탈DJ’는 개혁성향의 잠재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반해, 전통적인 DJ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는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탈DJ’ 노선을 진행하는 동안 지지층 결집에 실패하고, DJ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면 민주당 내 반노무현 진영은 물론 친노무현 인사 가운데서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때 이한동 전 총리가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 전 총리가 2년 이상 김대중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 맞춰온 점이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전 총리가 갖고 있는 ‘보수’ 이미지는 노무현 후보의 개혁성향에 다소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중산층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동시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기존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다른 경우의 수는 8·8재보선 결과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하는 경우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함으로써 수도권 원내외 위원장들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 중심으로 치러지는 이번 8·8재보선 결과 수도권에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기존 반노진영 인사들은 물론 수도권 원내외 위원장들이 노무현 이외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부권 대망론’은 이한동 전 총리가 이들 수도권 인사들에게 보내는 구애의 메시지인 셈이다.
‘만인지상(萬人之上) 일인지하(一人之下)’라는 ‘총리’를 2년 넘게 지낸 이한동 전 총리는 이제 일인지하(一人之下)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야말로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의 말마따나 40년 가까이 꾸어온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