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첫 번째 외국 순방 중에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특히 일부 외신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남성 상급자의 성희롱(성추행)이 별일 아닌 것으로 취급되는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 구조와 인식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남성 상급자가 지나치게 많은 구조도 ‘성한민국’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 불평등은 어느 정도여서 이러한 비판을 받는 것일까.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성추문을 일으켜 자리에서 물러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rnst&Young)’이 최근 발표한 ‘공공부문 리더로서의 세계 여성 지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여성 상위직 비율은 G20(주요 20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부문 리더(중앙 및 지방정부 고위공무원을 의미)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G20 중에서 국가 간 연합체인 유럽연합(EU)을 제외한 19개 개별국 가운데 16번째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낮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0.0%)와 일본(2.5%), 인도(7.7%) 3개국뿐이었다. 그런데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여서 여성 고위공무원이 전혀 자리를 잡지 못하는 나라다. 일본은 선진국답지 않게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존재하고, 인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적지 않은 국가다.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런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42.0%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리천장(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단단한 셈이다.
캐나다의 경우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45.0%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고, 호주는 37.0%, 영국은 35.0%, 남아프리카는 33.8%, 브라질은 32.1%, 미국은 31.0% 등으로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높았다.
공직 사회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그나마 높은 수준이다. 민간분야로 가면 그 비율은 더욱 열악해진다. 경제전문지인 <포춘>이 선정하는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거나 이에 준하는 규모의 대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2%에 불과했다. 이는 19개국 가운데 17위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0%로 최하위였고, 일본이 1%로 우리 바로 밑이었다. 이에 반해 프랑스의 경우 대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이 22%로 가장 높았고, 미국과 영국, 독일, 남아프리카가 16%로 공동 2위였다.
재계 관계자는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이번 윤창중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힘이 있는 남성 상급자가 여성 하급자를 상대로 벌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공이나 민간부문에 여성 고위직이 적은 것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여성 고위직이 늘어나게 되면 직장 문화가 바뀌면서 성희롱과 같은 문제는 줄어들 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