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재기 가능성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 윤 회장은 아직 그룹 회장이기는 하지만 활동범위가 확 줄어든 상태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를 회생시키기 위해 400억 원의 사재출연을 약속한 상태지만 외부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다. 윤 회장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웅진그룹 계열사들에서는 윤 회장의 흔적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윤 회장은 유일한 재산으로 알려진 서울 한남동 자택마저 매각하며 ‘급전’ 만들기 바쁘다. 윤 회장과 측근들은 그룹 몰락에 이어 ‘부도덕한 경영진’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윤 회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명해봤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뿐만 아니다. 증선위는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윤 회장이 보유 주식을 팔아 1억 2800만 원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해석했다. 홍준기 대표 역시 가족에게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려줘 보유 주식을 팔게 해 12억 원가량의 손실을 면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선위의 고발에 따라 윤 회장 등 웅진그룹의 대표 경영진은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고소에 따라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는 윤 회장은 또 다시 검찰에 불려가게 될 처지에 몰렸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고소 건은 지난 4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실 윤 회장을 비롯한 웅진 경영진들에 대한 혐의 중 일부는 지난해 9월 26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불거져 나온 것들이다. 이번에 증선위의 정식 고발로 ‘정직한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던 윤 회장과 웅진 경영진의 이미지는 또 다시 추락하고 말았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금의 사람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홍준기 코웨이 대표다. 홍 대표는 증선위의 검찰 고발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일 전격적으로 코웨이 이사회를 통해 대표 직무집행정지를 당했다. 코웨이는 검찰 고발 사실이 알려진 날 저녁 긴급 이사회를 열면서까지 홍 대표를 급하게 ‘처리’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검찰 고발에 따른 회사 이미지 추락으로 최고경영자(CEO)와 회사를 분리했다”며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기에 정식으로 해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코웨이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며 윤석금 회장과 함께 지금의 코웨이를 있게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홍 대표는 코웨이가 인수·합병(M&A)을 통해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는 과정에서도 대주주인 MBK와 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K파트너스가 홍 대표의 대표이사직을 보장해줬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을 정도다.
이 때문에 MBK가 홍 대표를 전격적으로 ‘경질’한 데 의아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직무 집행정지에 불복해 무효 소송을 낼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M&A 후 인수한 기업이 이전 대표이사를 그대로 놔두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홍 대표의 직무집행정지 배경을 암시했다.
본인은 물론 측근인 신광수 대표, 홍준기 대표 등이 잇달아 검찰에 고발당하거나 대표직이 위태로워지면서 윤석금 회장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코웨이가 매각된 데 이어 웅진케미칼 등 웅진그룹 계열사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면서 재계에서 윤석금 회장의 흔적은 점점 지워지고 있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출근은 하지 않고, 근처에 일이 있으면 잠깐 들러 차만 마시고 돌아가는 정도”라며 윤 회장의 근황을 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