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여성부가 공동 후원한 ‘대한민국 부부축제’에 앞서 부부군인상 수상자들이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는 미혼 남녀 공무원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맞선 행사를 추진 중이다. 정부 부처들이 대거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미혼 남녀 공무원들이 서울에 있을 때보다 괜찮은(?) 이성을 만나기 어려워져 결혼이 힘들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종청사 미혼 남녀 공무원 간 맞선 행사 아이디어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오석 부총리가 미혼 공무원간 맞선 행사를 여는 것과 관련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협조 요청을 했고, 조윤선 장관이 긍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오석 부총리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알려지자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서 직원 맞선이나 신경 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요즘 경제계에서 현오석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면서 “갑을 논쟁 등 경제 현안이 얽혀있는데 이를 조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직원 맞선에 신경 쓰는 것이 보기에 좋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반면 가장 안정된 직장을 가진 공무원들의 결혼이 늦어지면 가뜩이나 고령화된 우리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며 옹호하는 의견들도 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결혼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고민 중 하나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와 여성부가 공동 후원한 부부의 날 행사도 뒷말을 낳고 있다. 부부의 날(21일)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는 세계부부의 날 위원회가 개최한 ‘대한민국 부부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 마련된 자리는 350석 정도였는데 자리를 채운 인원은 100명가량에 불과했다. 이날 행사에서 주어진 상은 ‘부부 군인상’ 20쌍, ‘동장(洞長) 부부상’ 7쌍이다보니 일반인의 참여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부부 군인상이 대거 주어졌다. 이를 두고 북한 위협을 연일 강조하며 한반도 안보위기를 이야기하는 국방부가 안보를 강화하기보다는 부부 군인상 등 자기 인력 챙기기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