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사옥 전경.
가스공사에 따르면, 이 회사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2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5명의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길준선 전 한국가스공사 사업개발본부장(57),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54, 현 삼성생명 사외이사), 박종곤 전 SK모바일에너지 대표이사(55), 이인식 전 여성부 차관(62, 현 JW중외제약 사외이사), 장석효 전 한국가스공사 자원사업본부장(56)이 면접 대상자였다.
사추위는 이들 5명 중 3명을 뽑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으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들 후보들에 대해 심의·의결을 거쳐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후 가스공사 주주총회 의결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프로세스다. 6월 말께 신임 사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으로 분류됐던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긴 상태에서 지난 4월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김정관 전 차관
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부처 산하 기관 중에서도 부처에서 직접 내려 보내는 곳이 아닌 청와대가 내려 보내는 곳”이라며 “공사 사장이 차관급이라는 점과, 과거 동력자원부 시절부터 시작해 에너지산업국장, 에너지자원실장, 2차관까지 계속 에너지 분야에서만 일해 온 전문성을 고려할 때 김 전 차관을 차기 공사 사장으로 유력하게 예측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현 정부는 공기업 사장 인선의 주요 요건으로 ‘전문성’과 ‘낙하산 배제’를 제시한 바 있다.
앞서 지적했듯 가스공사는 높은 부채비율로 골치를 앓고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절대적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탓에 부채가 많은 것이 비단 가스공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기업 부채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며 공기업 부채 축소를 강하게 주문한 상황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가스공사의 소관부처인 산업부는 최근 ‘민관합동 에너지 공기업 재무개선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꾸리고,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학계, 연구계, 투자 전문가, 재무 전문가 등과 함께 최근 TF를 꾸려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부채로 인해 지출한 이자만 8573억 원에 달하는 가스공사는, 지난 4월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의 분석 결과 지난해 상장사들 가운데 차입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런 가스공사의 올해 최우선 목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가스공사는 해당 미수금을 ‘확정매출채권’으로 여기고 금융자산으로 해석, 이를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회계기준원이 지난 1월 가스공사의 유동화 대상 자산인 미수금을 금융자산으로 회계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공사의 미수금 유동화는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게다가 계획 중인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주요주주인 한국전력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라 재무 건전성 확보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분석이다.
셰일가스를 포함, 해외 자원개발 투자 확대 계획을 갖고 있음에도 부채비율이 높아 투자를 늘리기 힘든 상태에 처한 가스공사로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고, 연료비 연동제 복귀에 따라 미수금 유동화 실패 영향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부적으로 부채비율을 오는 2016년까지 247%까지 낮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 신임 사장은 결국 취임 직후부터 부채 축소라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욱이 이번 가스공사 사장 선임이 실질적으로 향후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인사 방향을 예측할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면서 관심이 배가 되고 있어, 신임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무거운 갑옷’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