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BQ 전·현 가맹점주 11명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제너시스를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한 것이다. 당시 경실련 등에서는 가맹점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부당한 이익을 올리는 제너시스의 철저 조사를 공정위에 촉구했다.
그후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심사에 착수한 것은 올해 1월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말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공정위가 ‘경제 위기 속에 창업에 뛰어든 영세사업자들을 위해 가맹사업에 대한 감시 강화’를 예고한 직후 이뤄졌다.
공정위는 경실련 등이 고발한 사안 이외에도 추가 조사를 벌여 제너시스와 BBQ 가맹점 사이에 맺은 계약 전반에 대해 확인 작업을 했다고 한다.공정위는 지난 4월 7일 그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제너시스 측에 ‘가맹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19개 불공정약관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이처럼 무더기로 불공정약관을 적발한 사례는 없었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약관제도과 담당자는 “이번에 시정권고를 받은 약관은 제너시스에는 과도한 권리를 준 반면 영세한 가맹점에는 지나친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현저한 불평등이 드러났기 때문에 무효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약관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업자는 공정위를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공정위가 지적한 제너시스와 가맹점이 맺은 계약서의 불공정약관에는 시설교체비용 강제부담, 겸업금지, 물품대금의 현금지급 강제, 광고비 산정기준 등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 포함돼 있다.
강남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제너시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 약자인 가맹점주들을 위한 제도의 전체적인 개선에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당하면서도 신고를 못했던 것은 결국 가맹본부와 계속해서 사업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발을 의뢰했던 경실련에서는 공정위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제너시스는 국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맹점과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번 공정위 조치는 가맹점 사업자의 권익 증진과 불평등한 지위를 바로잡아 가맹사업 활성화에 기여할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 ‘철퇴’를 맞은 제너시스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제너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과 2월 두 차례 이번에 문제가 된 가맹계약서에 대해 공정위 측에 사전심사를 청구했으나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득이 공정위의 지도 없이 대형로펌과 상의해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은 “법률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판단이 아니고 지나치게 적발과 규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발생한 착오”라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제너시스는 지난해 자신들의 약관이 불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서만 한 차례 제출했을 뿐 사전심사를 청구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제너시스가 시정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재계에서는 제너시스가 공정위를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제너시스는 공정위 발표 직후 ‘정부기관이 선량한 기업을 부당행위를 일삼은 파렴치범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처사다.
우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범법자를 양산해 사회를 피폐하게 하는 것’ 등과 같은 표현이 담긴 해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공정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반응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동종업계에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과 함께 제너시스를 원망 섞인 시선으로 보는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4월 중 치킨·피자 외식업체 상위 10개 업체의 불공정약관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임원은 “조사를 받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제너시스가 괜히 공정위 심기를 거슬러 조사 강도나 처벌 수위가 높아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공정위 측은 “조사는 사심 없이 규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공정위 내부 분위기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을 투입해 수개월간에 걸친 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제너시스가 불만을 제기하며 ‘수용불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보통 기업들이 공정위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이번 경우는 지적된 부분을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언론 등을 향해 우리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공정위와 제너시스 간 공방이 불거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쌓인 양측의 앙금이 폭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제너시스에 시정 조치 혹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 공정위는 지난 2000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등을 문제 삼아 제너시스 측에 시정명령, 위반사실의 일간신문 공표, 과징금(6000만 원) 납부 명령 등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에도 ‘판촉물 구입비용을 가맹점 사업자에게 전가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제너시스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