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을 중심으로 ‘테마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게임 바이오 발광다이오드(LED) 풍력 태양광 등 관련주들의 동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들 테마주들의 주가 상승세는 놀랍다. 두 배는 기본, 열 배가 올라 ‘대박’을 터뜨린 종목도 등장했다. 과연 테마주의 질주는 계속될 것인가. 증시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테마주들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급등 종목을 추격 매수할 경우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투자주의보’를 내놓고 있다. 반면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이 뒷받침되는 실적 우량주들의 경우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올 들어 증권가에서는 태양광 바이오 LED 관련주들의 개별 기업설명회(IR), 기자간담회 그리고 대규모 포럼 등이 잇달아 열렸다. 이 가운데 증권가의 바이오에 대한 애정은 뜨거울 정도. 3월 말에 KB투자증권이 개최한 ‘바이오도 숫자로 말한다’는 주제로 열린 바이오포럼 행사에는 수십 곳의 기관투자가들을 비롯한 애널리스트, 벤처 및 개인투자자 등 200여 명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날 포럼에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세가 뚜렷한 기업인 인포피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로메드 차바이오&디오스텍 등이 소개됐다.이에 앞서 대우증권도 바이오포럼을 개최해 투자자들에게 줄기세포 업체들을 소개했다. 줄기세포 세 분야(성체 제대혈 배아)를 각각 연구하는 디오스텍 알앤엘바이오 메디포스트를 초청,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회사 소개 및 연구내용 등을 논의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바이오 사랑’ 배경은 이 테마가 이제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가능성만으로 논의되는 차원을 넘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나연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시장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거품을 만들다가 2005년 거품이 꺼지면서 불신감만 팽배해졌다”며 “하지만 최근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이는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바이오 관련주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중국 등도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관련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동조 현상이라는 것이다. 과거 경기침체 국면에서 반등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시기에는 의약 바이오 관련주들이 급등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난국에도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그동안 공들인 연구 성과가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제 개발사 차바이오&디오스텍은 지난 2일 처음으로 시가 총액 10위권에 진입했다. 차바이오&디오스텍은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1051억 원(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 75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 지난 14일 종가 기준 8827억 원(증가율 839.78%)으로 시가총액 7위를 기록했다. 이 종목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25일 1955원에서 시작했으나 지난 14일 2만 400원으로 열 배 넘게 뛰어올랐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1위 업체로 올라선 바이오 관련주 셀트리온은 14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 7898억 원으로 지난 연말보다 7340억 원(69.52%)이 늘어났다. 차바이오&디오스텍 셀트리온 외에도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100위를 기록하는 회사 가운데 바이오 관련사는 코미팜(14위) 코오롱생명과학(31위)을 포함, 11개에 이른다.
바이오 열풍 못지않게 주식시장에서 급등한 테마는 게임과 LED다. 온라인 게임 ‘아이온’의 인기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24일 2만 4400원에서 최근 장중 최고가가 15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네오위즈 웹젠 컴투스 게임빌의 주가도 지난해 말 저가대비 두세 배 상승했다.
올해 들어 ‘대박주’로 떠오른 LED 관련주 서울반도체는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과 시가총액 1위 다툼을 치열하게 펼쳐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서울반도체는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말 8880원에서 주가가 4개월여 만에 네 배 넘게 오른 덕분에 코스닥시장 ‘대장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서울반도체의 강세는 2006년 이후 그동안 주가를 불안하게 해 왔던 특허 이슈가 해결된 데다 LED가 TV와 노트북에 이용되면서 성장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증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성장 모멘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LED 관련주 한성엘컴텍 알티전자 엔하이테크 등도 최근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풍력 태양광 우주항공주 등 수많은 테마가 형성돼 주식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과연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뜨거운 테마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일부 종목들의 단기급등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테마주 무작정 따라잡기’는 손실 위험이 크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테마열풍을 이끌었던 기관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점차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연초 이후 대규모 주식매입으로 코스닥시장 테마 부활을 이끌었던 기관의 그동안 매매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이렇게 기관의 이탈 조짐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급등 종목들이 속출, 시장 주변에선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최고 지수를 기록해, 과열 현상을 보였던 2007년 7월의 3조 2000억 원 수준을 넘어서 4조 원을 돌파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코스닥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증거다. 또 상한가와 상승 종목 수가 급증한 것도 개미들이 앞 다퉈 코스닥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테마 열풍에 따른 단기 과열 경보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테마와 종목별로 과도하게 상승한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오르는 종목들도 늘어나는 등 코스닥시장의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 시즌에선 실적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갖고 지금의 상승흐름을 종목 교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