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의 한 장면.
47년간 팬들을 만난 이 SF 스토리가 이번 영화에서도 자칫 진부하고 촌스러워보일 수 있다는 걱정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기존 캐릭터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작들과 다른 새로운 <스타트렉>을 탄생시켰다. 스타트렉의 11번째 영화 <스타트렉 비기닝>(2009)을 만든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전작에서는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과 기존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며 몸풀기를 했다면 속편인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는 제대로 그만의 <스타트렉>을 연출해 냈다. 화려한 3D와 전작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 보는 묘미도 더 했다.
커크(크리스 파인 분) 함장이 이끄는 엔터프라이즈호는 임무를 수행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커크는 여전히 규율을 중요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직관과 믿음에 따라 항해하고 그의 둘도 없는 친구인 일등항해사이자 벌칸인(외계인 종족) 스팍(재커리 퀸토 분)은 논리적이고 냉정한 판단력으로 일처리를 한다. 영화는 두 사람을 소수와 다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아두고 그들의 내면을 깊숙이 조명한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스팍은 한 행성의 화산폭발을 막다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것을 감수하지만 커크는 그를 구하기 위해 선원들의 위험과 규율 위반을 무릅쓴다.
스타플릿의 에이스 요원이었지만 돌연 런던 도심과 간부들을 공격한 범죄자 존 해리슨(베네빅트 컴버배치 분)의 목적 또한 소수와 다수에 대한 선택에서 비롯된다. 천재적인 두뇌와 상처를 재생시키는 신체를 지닌 함장 해리슨은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자신의 선원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살인을 저지른다.
영화는 전작들처럼 감동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커크가 자신의 아버지처럼 동료와 인류를 위해 희생하고 스팍이 커크를 위해 비논리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다. 그들은 한 단계 ‘성숙’했다.
아쉬운 것은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한 악역을 소화해낸 베네빅트의 연기가 아까울 정도로 영화 속 해리슨에게 힘이 덜 주어졌다는 것이다. 초월적인 종족인 해리슨은 캡슐에서 깨어나 동료들을 위해 인류를 공격하지만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캡슐 안에 있던 72명의 선원들은 다음 편 등장을 기다리는 것일까. 그래도 <스타트렉>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는 오는 30일 개봉된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