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은마아파트. 유장훈 기자doculove@ilyo.co.kr | ||
강남구를 비롯해 버블세븐지역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개구의 경우 지난해 12월엔 집값이 전달보다 1.99% 떨어졌으나 올 1월 들어 0.53%, 2월엔 0.67%, 3월 0.15%씩 회복됐다.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4월 들어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게 부동산114 관계자의 설명이다.강남 집값 상승세의 진원지는 재건축 아파트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36㎡형은 지난 연말만 해도 일부 급매물의 경우 5억 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6억 1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단지 42㎡형은 지난 연말 6억 원에서 최근 7억 5000만 원으로 호가가 뛰었고, 56㎡형도 9억 원이었던 것이 11억 7000만 원까지 오른 상태다.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말부터 가격이 오르면 매물이 회수되고 이어 호가를 높인 매물이 나오는 등 전형적인 계단식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 호가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일정기간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상승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86㎡형은 지난 연말 급매물이 5억 50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호가가 6억 5000만~7억 원으로 올랐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땅값 역시 덩달아 오르는 양상이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3월 지가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0.09%, 서초구 0.12%, 송파구0.90%를 기록,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권 부동산 시황에 민감한 용인 과천 판교 분당 일대 경부축 시장 역시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한 해 20% 가까이 떨어졌던 과천시의 경우 올 들어 집값이 3.67% 올라 경기지역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용인시도 집주인들이 “싼값에는 안 팔겠다”며 호가를 올리는 추세다.분양시장 역시 강남발 훈풍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수요자가 늘면서 빠르게 매물을 소진하고 있다. 동일하이빌은 최근 2주 동안 용인 신봉동 신봉동일하이빌(1462가구)의 미분양 물량을 30여 개나 팔아치웠다. 3월 초만 해도 1주일에 한두 건 계약이 이뤄지던 것이 4월 들어선 하루에 서너 개가 팔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양 식사지구 위시티 미분양 물건을 보유하고 있던 GS건설, 벽산건설도 별도의 판촉행사 없이 이달 들어 상당수 미분양을 털어냈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4월 들어 서울 집값 반등과 국제고 설립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델하우스 내방객이 두세 배 늘고, 계약도 20건 넘게 성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GS건설 관계자도 “132㎡~165㎡형을 구해달라는 청탁 전화가 오고 있지만 매물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일부 대형 저층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식사지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위시티 4블록 로열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이 2000만 원 정도 형성돼 있다”며 “3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한두 통에 불과했던 문의전화가 최근 들어선 10여 통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회복세가 지속되고, 또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각종 규제완화, 주가, 환율 등 경제지표가 일부 안정되면서 그동안 갈 곳 없어 헤매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현상”이라면서도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가 없고,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달아오르던 강남 부동산 시장은 최근 들어 △여당의 양도세 중과 폐지 유보 움직임 △서울시의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원상회복이 나오면서 다소 주춤해진 양상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금융기관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주택 수요는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실질소득 감소와 주식시장 침체로 금융자산 손실액이 커지면 부동산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도 “강남지역과 같은 선도지역도 1분기 내내 ‘호가 상승 후 거래 소강’과 같은 부침이 반복되고 있다”며 “실물경기 회복이 확인되기 전에는 본격적인 상승보다는 현재와 같은 부침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강남 재건축 가격 급등의 의미는 투자 수요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점”이라며 “정책 변화로 집값 상승세가 일부 부침을 겪을 수 있지만 개발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윤진섭 이데일리 기자 yjs@edaily.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