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수 STX그룹 회장 | ||
보통사람들에게 STX그룹, 하면 경남을 연고로 둔 프로축구팀 경남 FC의 스폰서로, 혹은 게임단 STX소울을 운영하는 신흥재벌쯤으로 연상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이 스타급 그룹 총수인 강덕수 회장이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한 강 회장은 고졸 사원으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해 맨주먹으로 재계 서열 12위권(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인 STX그룹을 일궈냈다.
말 그대로 ‘샐러리맨 신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재벌 총수와는 다른 신선함이 묻어나온다.하지만 최근 일련의 행보는 강 회장 이미지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지난 4일 STX그룹 계열사인 네트워크업체 포스텍은 종합물류업체 포스아이와 합병을 공시했다. 양사는 공시를 통해 “유사부분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한다”고 설명했다.
겉만 봐서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그러나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합병법인인 포스텍이 강 회장이 지분 90%를 갖고 있는,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이 포스텍은 포스아이와 합병하면서 지주회사인 ㈜STX 지분율을 19.78%에서 23.97%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포스아이도 ㈜STX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
따라서 포스텍 등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강 회장의 ㈜STX 지분율은 40.88%에 이르러 경영권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현재 지주회사인 ㈜STX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에너지 STX리조트 STX팬오션 STX중공업 STX엔파코 등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STX의 지분을 강 회장에게로 집중시킨 것.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포스텍·포스아이의 합병을 놓고 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연초 100억 원 상당의 주식 성과급을 받아 도덕성 투명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1년 이후 강 회장이 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주식은 ㈜STX 75만여 주, STX조선 8만여 주에 이른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지분이 적은 강 회장이 자사주를 받아 지분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강 회장이 꼼수를 쓴 것 아니냐고 지적받는 일은 또 있다.
▲ STX 사옥 | ||
건설업계에서는 새롬성원산업을 STX건설과 합병했다면 퇴출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STX 측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다른 계열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STX 측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양사를 합병하지 않는 것은 강 회장 일가의 재산을 보전키 위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STX건설이 계열사라기보다는 강 회장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STX건설은 강 회장이 25%, 두 딸인 정연·경림 씨 각 25%, 포스아이(합병 후 포스텍) 25%로 강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은 2005년 STX건설을 설립한 후 두 딸에게 20억 원씩을 증여, STX건설 지분 25%씩을 확보하게 했다.그런데 STX건설은 2008, 2007년에 영업이익이 각각 400억, 151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회사는 비상장회사라서 주가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지만 1000억 원인 자본총계로만 단순히 따져도 각각 20억 원을 갖고 참여한 두 딸의 주식 평가액은 각각 250억 원에 달한다.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도 않고, 단순히 아버지인 강 회장에게서 증여받은 20억 원으로 주식을 매입, 불과 서너 해 만에 250억 원으로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런 회사에다 부실기업인 새롬성원산업을 합병할 경우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고 주식 평가액은 크게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강 회장이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설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강덕수 회장이 기존 재벌 총수의 좋지 않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런 측면에서 (강덕수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 경총 부회장에 잇달아 선임된 것은 기존 재벌과 같은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라고 비꼬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STX그룹이 신흥재벌로서 아직 때 묻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으나 현재의 행보로 봐서 그 이미지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민선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