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씨(여·32)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주부였다. 출산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둔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남편은 평범한 공무원 10년차. 결혼 전 K 씨의 친정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집안이었다. 부모는 정년퇴직을 하고 서울 근교의 소도시에 작지만 건물도 가지고 있어서 임대료만으로도 수입이 충분했다.
그렇다고 K 씨가 여유 있게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의 연속이었던 것. 그녀의 부모는 기초적인 학비나 생활비 외에는 도와주지 않았다. 자기가 쓸 용돈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 부모의 방침이었다. 아르바이트가 몸에 밴 K 씨는 절약하는 생활도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기본적인 생활비는 전부 신용카드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저축을 했다고 한다.
K 씨는 신용카드도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카드의 사용한도는 한 달 생활비의 250% 정도로 정해 놓았다. 이유는 혹시라도 유사시에 더 필요한 경우도 있고 아무리 자신이 낭비를 해도 정해진 선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가지 카드만 사용하다보니 카드사의 신용은 더욱 좋아질 뿐만 아니라 포인트도 많이 쌓였다. 다들 ‘그까짓 포인트가 뭐 대수냐’고 하지만 1년간 모은 포인트는 꽤 쏠쏠하게 사용된다. 포인트로 구입이 가능한 물품도 있고 상품권으로 받아서 선물로 쓸 수도 있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K 씨는 남편에게도 이런 방법을 강권해서 불필요한 현금 지출보다는 적정한 한도를 설정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결혼 때 시댁에서 아파트를 장만해 줬지만 대출금이 1억 원이나 됐기 때문에 K 씨는 이자 부담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500만 원 정도의 목돈만 모이면 그때그때 상환, 결혼 2년 만에 대출을 7000만 원 정도로 줄였다. 상환할 때마다 이자가 줄어드니 이자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을 찾은 셈이다. 다른 사람들은 수천만 원이 모여야 상환을 한다고 하는데 K 씨는 수시로 상환을 하니까 상환하는 금액만큼 이자를 절약하고 저축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예금이자보다는 대출이자가 훨씬 더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소액이라도 수시로 상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L 씨(47)는 서울의 대학 주변에서 조그만 사설 주차장을 토지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실 주차장이 무슨 돈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L 씨의 대답은 좀 다르다. 주차장은 시설비나 유지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주차정산시설이나 기계주차기만 있으면 되니 조그맣게 하나 하려 해도 이것저것 시설비가 드는 음식점과 비교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그런 L 씨의 절약 포인트는 인건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접 관리를 하는 것. 물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본인도 쉬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기는 하지만 다른 시간에는 예외가 없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L 씨 입장에서는 시간이 돈이다. 친구들 모임도 사업장 주변에서 업무가 끝난 후에 주로 이루어지고 간단한 저녁식사나 술자리로만으로 ‘쫑’이다. 2차니 3차니 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 결국에 L 씨는 돈을 쓰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쉬는 날에도 주로 가족과 함께하는 등 L 씨의 용돈은 한 달 식대를 제외하고는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인건비가 추가되고 다른 경비도 쓰게 되니 자신이 시간을 관리하고 절약하는 것이 바로 저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L 씨는 월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살펴본 바로는 웬만한 대기업 과장급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P 씨(30)는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안 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P 씨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재테크에 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재테크와 관련된 책들은 거의 다 읽었다. 책을 다 산 것이 아니고 인터넷이나 신문에 소개되는 책들을 학교의 도서관이나 집 근처의 공공도서관에서 모두 빌려서 읽었다. 재테크를 위해서라며 책값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지금도 공공도서관을 많이 이용한다. 요즘에는 재테크 서적보다는 관련 잡지를 많이 보는 편이다. 주간지 가격이 3000원 정도니 하루 대여섯 권 본다고 치면 만 원 넘게 절약하는 셈이다. 사실 P 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경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언론에 소개되는 관련 기사나 칼럼을 쓴 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하고 직접 찾아가서 무작정 배움을 청하기도 했다. P 씨의 절약 방법은 다름 아닌 정보를 무료로 얻는 것이다.
이렇게 이론을 다진 P 씨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로 모은 자금을 가지고 졸업 전에 실제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현재 아파트 2채, 오피스텔 1채, 상가 1곳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이미 경제적인 안정기에 들어선 것은 물론이고 다음 단계에 올라설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과연 몇 사람이나 자신의 시간과 몸을 움직이고 남에게 사정까지 하면서 정보를 얻고 공부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P 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절약해서 돈을 모은다는 것이 직접 저금통에 돈을 넣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불필요한 경비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진정한 절약이다. 앞의 사례처럼 생활비를 요령 있게 쓰고 시간을 활용해 지출할 일을 만들지 않고 직접 몸으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도 절약의 지혜다. 오히려 단순하게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지혜를 활용하고 응용하니 효과는 더 크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에게 맞는 절약 재테크 방법을 찾아보자.
한치호 ㈜한원인포 대표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