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한 장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00만 독자를 거느린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다는 소식과 함께 신예 톱스타 김수현의 연기 변신이 더해져 개봉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화제작이다. 웹툰 장면 하나하나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이 영화에서 배우들도 웹툰 캐릭터들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사한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북한 스파이 류환(김수현 분)은 달동네 바보 ‘동구’로 위장해 동네 사람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매일 짱돌을 던지며 류환을 놀리지만 밤늦게 울면서 달려와 ‘형을 찾아달라’며 도움을 청하는 어린 형제, 돈 모으는 데는 악착같지만 류환을 자식같이 아끼는 슈퍼집 아줌마, 섹시한 옷차림에 매번 슈퍼에서 담뱃값을 외상으로 가져가지만 아픈 과거를 지닌 재즈 가수 등…. 류환은 제각각의 사연과 인정을 지닌 달동네 사람들과 어쩔 수 없는 동거를 한다. 자신이 변할까 두려워하며 점점 달동네의 가족이 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북한 최고위 간부의 아들이자 엘리트 스파이인 해랑(박기웅 분)과 최연소 요원인 해진(이현우 분)까지 합세하면서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북에서 정치적 문제로 남한에 보낸 간첩들을 처리하라는 지령이 내려오고 세 사람은 자신의 삶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결을 펼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의 망설임 없이 벗고 넘어지는 연기도 압권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박기웅과 이현우의 존재감도 빛을 발한다. <최종병기 활> <각시탈> 등의 전작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박기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연스런 북한 사투리와 표정 연기, 코믹함 등으로 실력을 발휘한다. 이현우도 과거 아역배우에서 벗어나 안정된 연기로 한층 성장해 충무로에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영화가 원작과의 싱크로율에 집중한 데 비해 원작이 주는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웹툰이 수십 편의 장면들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면 영화는 2시간 남짓밖에 주어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원작의 1부에서 다루는 휴머니즘과 2부에서 펼쳐지는 액션이 제한된 분량 속에서 강약조절을 하지 못하고 갑자기 전환되는 듯한 이질감을 남겼다.
웹툰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에서 보여준 장철수 감독의 인물 묘사력이 십분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큰 죄악은 관객들을 지루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감독의 신념처럼 영화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오는 6월 5일 개봉한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