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란 무엇인가. 어떤 주식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그 주식을 사지 않고 빌린 후,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싼값에 되사서 갚으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다. 공매도한 상태에서 그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물론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게 된다. 주로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약세장에서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투자자가 주식 1주를 빌려와서 1만 원에 팔았다. 그로부터 1주일 후 그 주식 가격이 떨어져서 8000원이 됐다. 이 투자자는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8000원에 사서 빌려준 이에게 되갚는다. 주식 1주를 공매도했던 이 투자자는 주식 가치가 2000원 하락한 결과 그만큼의 이득을 얻게 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하자 공매도를 주가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간주해 금지했다. 그러면 공매도 금지 이전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을까. 국내 모 금융그룹은 공매도 금지가 시행되기 5개월 전에 금융감독원에 공매도 관련 규제를 요청했다. ‘주식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세력이 주식을 공매도하고 다닌다’는 것이 요청의 이유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에는 각종 인수·합병(M&A)을 통해 세력을 불린 모 그룹이 금융감독원에 비슷한 규제를 요청했다. 내용은 같았다. 당시 해당 그룹 측은 “자사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을 살펴봤더니 증권시장에 ‘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있었고 그로 인한 공매도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개별종목의 주가를 낮게 예측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이러한 보고서에 해당했던 종목들은 그 영향으로 3∼4일간 최고 30% 이상 주가가 떨어지곤 했다. 이들 종목들은 어김없이 대차잔고(빌린 주식)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이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공매도로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외국인 공매도에 대해 숱한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당국은 조사를 통해 “불법적인 공매도로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은 당시 4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공매도 실태조사’를 벌여 71%인 32개사가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는 조사대상 18개사가 모두 규정을 위반해 이 가운데 3개사는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반드시 ‘공매도’라는 호가표시를 한 뒤 매매주문을 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는 마치 일반매매인 것처럼 거래하거나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도록 규정한 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사전 차입 없는 공매도까지 적발됐다고 한다.
주식 공매도를 아예 모르거나 그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이 이러한 투자 전략을 사용할 리 없다. 또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믿고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위험한 만큼이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믿고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도 위험하다.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 주식을 빌려 오면, 빌려 준 이에게 적잖은 주식 차입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공매도 제한조치 해제를 앞둔 시점에서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차잔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힌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차잔고 전체 평균 비중이 서서히 늘어났다는 것. 전문가들은 “공매도 허용을 앞둔 데다 공매도 허용시 대차조건이 까다로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대차잔고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공매도를 허용키로 한 금융당국의 결정에 개인투자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를 위한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희생이 커질 수 있고 공매도 허용시 이미 안정을 되찾은 증시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며 공매도 허용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유 아무개 씨는 금감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외국인과 기관들의 배를 불리려고 작정하지 않고는 공매도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 아무개 씨는 ‘개인투자자들을 죽이는 공매도에 절대 반대다. 공매도를 시행하면 개인들은 물량을 정리하고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재산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으며, 이 아무개 씨도 ‘건전한 주식시장을 위해 공매도는 절대 도입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격앙된 반응과 대조적으로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강화된 규제로 인해 공매도를 허용해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공매도 현황이 투명하게 공시되고 있고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막바지 단계”라며 “공매도를 배척하기보다 자본시장 국제화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 급락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외국인이 올 들어 국내 주식을 많이 샀기 때문에 무리하게 주가를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금융위기로 인해 신뢰가 무너진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공매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차입 없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국제시장에서 활발하다는 점을 국내 금융당국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