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리>의 한 장면.
동명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중국과 대만의 대표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더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빙빙을 비롯해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저우쉰, <야연> <엽문2> 등에 출연한 황효명 등이 스크린을 빛냈다.
무엇보다 <바람의 소리>가 한국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영화의 역사적 배경에 있다. 그동안의 중국 영화가 무협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화 등을 선보여왔다면 이번 영화는 일본 치하에 있던 중국의 아픈 역사를 조명했다. 1940년대 중일전쟁에서 나타나는 중국인들의 항일정신은 우리가 2012년 항일 드라마 <각시탈>에 열광했던 것처럼 뜨거운 민족애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한 영화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갖추면서도 스릴러로 이야기를 전개해 다른 추리물 못지않은 흥미도 제공한다.
1942년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 중국 내부의 친일파들이 암살당하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암살을 주도한 것은 반일조직의 리더 ‘권총’이다. 일본군부 중장 카게오(황효명 분)는 권총에게 지령을 받는 정보부 내부의 첩자인 ‘유령’을 잡기 위해 용의선상에 오른 내부요원 5명을 성에 가두고 심리전을 펼친다.
성에 갇힌 요원들은 암호해독부장 리닝위(리빙빙 분)와 암호전달원 구샤오멍(저우쉰 분), 그리고 반공산당 대대장 우쯔궈(장한위 분), 군기처 처장 진썽훠(영달 분), 사령대총관 바이샤오넨(소유붕 분)이다. 성 안에서는 갖은 고문과 회유, 서로를 고발하는 음모 등이 벌어진다. 관객은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들키지 않고 탈출하기를 가슴 졸이며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스릴러물로만 즐기기는 어렵다. 극중 일본인들이 자행하는 잔인한 고문은 마치 영화 <남영동 1985>를 연상케 한다. 유령을 찾아내기 위한 물고문, 약물을 넣은 침 고문, 여성으로서 치욕스러운 고문 등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렇기에 마지막 반전과 함께 유령이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들을 먹먹하게 한다.
아픈 과거사를 지닌 우리에게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영화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