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신과 전문상담팀‘ 운영 성과 발표
지난해 12월 서울 지하철 충정로역 4번 출구.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하철 출구 앞에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노숙인 이모 씨가 심한 악취를 풍기며 서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울시 정신보건상담팀이 새 옷을 갈아입을 것을 권유하자 이씨는 “사는 것 자체가 추위”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정신보건상담팀은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상담과 지원을 약속했으나 이씨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결국 상담팀은 이씨가 조현병(정신분열증)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 응급입원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정신과 전문상담팀의 도움으로 서울시립은평병원에 입원한 이씨는 3개월간의 치료를 마치고 현재 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이씨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된 노숙인 413명 중 277명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 시설 등에 입소했으며, 이 가운데 238명이 거리노숙에서 탈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정신과 전문상담팀’을 구성, 8명(2개팀)의 직원이 매주 3회씩 서울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에 대해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상담팀은 대상자에 대한 정신건강 스크리닝과 정신과 상담(1인당 평균 3회 이상), 증상관찰 및 기록, 전문의 진단 및 응급입원, 시설연계, 지속적인 사례관리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담팀은 이들이 다시 거리노숙으로 빠지지 않도록 병원과 시설, 임시주거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상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노숙인들의 입원ㆍ입소를 판단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은 노숙인 277명 중 138명이 은평병원 등 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80명이 재활시설 등에 입소했다.
또 27명은 응급쪽방 등 주거지원을 통해 생활하면서 치료를 받았고, 32명은 가정으로 돌아갔다.
시는 향후 서울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 뿐 아니라 시내 전역으로 상담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경호 시 복지건강실장은 “노숙인 중에는 알콜의존증을 비롯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며 “얼마 전 문을 연 알콜해독센터와 전문상담팀 등을 통해 만성 거리 노숙인이 노숙을 벗어나 건강한 시민으로 다시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성식 기자 ilyo1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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