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로 이전 예정인 삼성동 한전 본사 전경.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당초 한전은 삼성동 본사 부지에 114층 건물 건립을 필두로 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내놓았지만 정부당국은 “전력사업 본래 목적 범위로 보기 힘들다”며 제한된 범위 내의 개발을 권고한 상태다. 그러나 한전 본사 부지를 바라보는 지역의 기대심리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한전 측도 지난해 하반기 김쌍수 사장 취임 이후부터 관련법 개정을 줄곧 요청해온 상태다. 잠실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건립이 국방부의 반대에 부딪쳤다가 결국 허용 쪽으로 결론 난 전례를 본 부동산 관계자들 또한 이 일대의 대규모 개발계획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한전 본사가 2012년 나주로 이전하면서 금싸라기 땅인 이 지역 개발이 불가피한 데다 이 일대를 지나가게 될 지하철 9호선(코엑스역)이 2013년 말 개통 예정이라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당분간 막지 못할 분위기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이미 이 지역의 3.3㎡(1평)당 시세가 1억 5000만 원 정도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한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한전 본사 부지를 ‘삼성동의 삼성’이라 부를 정도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일대에 대규모 부동산을 꿰차고 있는 일부 재벌들의 기대심리를 달구기에 충분한 셈이다.
한전 본사 부지 개발 특수를 톡톡히 누릴 대표적인 재벌로 한진가 2남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그룹을 들 수 있다. 한전 본사 바로 옆인 삼성동 168-23에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의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이 있다. 원래 한진그룹 지주사 격인 정석기업 소유였던 것을 지난 2005년 5월 한진중공업이 사들여 지금까지 업무시설 용도로 사용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진 창업주 조중훈 회장 별세 이후 조양호(㈜한진·대한항공)-조남호(한진중공업)-조수호(사망·한진해운)-조정호(메리츠금융) 사형제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이 건물이 조남호 회장 몫이 된 것으로 보인다.
▲ 조남호 회장.(왼쪽 사진) 박연차 회장.(오른쪽 사진) | ||
이렇듯 줄곧 재산분배 문제로 맏형과 감정싸움을 벌여온 조남호 회장에게 한전본사 개발 특수를 맞은 삼성동 사옥만큼은 ‘위대한 유산’이 될 듯하다. 이 건물의 대지면적은 1723㎡(약 522평)이니 토지 가치만 해도 780억 원에 이르는 셈. 게다가 한진중공업은 또 하나의 부동산 대박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546-1 동서울터미널 부지 3만 6700㎡를 개발하는 내용의 도시계획변경 신청안을 제출한 상태. 한진중공업은 이곳에 주거 업무 판매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단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빌딩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엔 ‘박연차 게이트’로 유명해진 휴켐스 명의의 4층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다. 휴캠스는 지난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구속)이 인수한 회사. 원래 이 건물은 남해화학 소유였는데 지난 2002년 남해화학에서 정밀화학부문이 기업분할, 휴켐스가 독립법인화하면서 이 빌딩 지분의 10분의 3을 소유하게 됐다. 이 건물의 토지면적은 773.9㎡(약 235평). 이 건물 옆에 있는 삼성동 170-1 토지 1300㎡(약 394평)의 10분의 3 지분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휴켐스 명의가 된 상태. 휴켐스 몫의 토지 가치만 따지면 약 284억 원이 된다.
한전 본사부지에 인접한 정몽규 회장의 현대산업개발 사옥 일대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전 본사 부지와 개통을 앞둔 지하철 9호선 코엑스역 사이에 위치한 현대산업개발 빌딩(삼성동 160번지)을 비롯해 160-12, 160-15, 160-16이 모두 현대산업개발 명의 땅이다. 토지면적만 3020㎡(약 915평)에 이르니 그 가치만 1372억 원에 이르는 셈.
지난 1990년대 말까지 이 부지의 주인은 범 현대가 일원으로 한라건설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 등을 보유했던 한라그룹이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그룹이 휘청거리게 되자 현대산업개발 등이 나서 부동산을 매입, 현금유동성의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이 일대 부동산을 담보로 한 한라의 채무 불이행으로 1998년 4월 법원의 가압류 처분이 떨어지고 나서 화의인가 결정을 거쳐, 1998년 12월 현대산업개발이 대물변제 형태로 이 건물 일대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 정몽규 회장 | ||
정몽규 회장‘삼성동 아이파크’매입 눈길
개발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한전 본사 부지 옆 현대산업개발 빌딩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엔 삼성동 아이파크가 들어서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난 4월 국토해양부 발표한 전국 공시가격 기준 국내 최고가 아파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인 이태원동 저택을 보유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삼성동 아이파크 한 채를 매입한 사실이 <일요신문>에 의해 최초로 알려져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분양 때부터 삼성동 아이파크 한 채(사우스윙동 2×××호, 전유면적 157㎡, 약 48평)를 보유해온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최근 한 채를 더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이 지난 4월 이스트윙동 2××호(전유면적 175㎡, 약 53평)를 추가로 사들인 것이다. 등기부에 기재된 이스트윙동 2××호의 거래가액은 32억 원.
이미 서울 성북동과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에 고급주택 두 채를 갖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어떤 연유로 32억 원을 들여 자신의 회사가 지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를 추가로 사들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정 회장의 최근 삼성동 아이파크 매입 직후 삼성동 일대 땅값이 폭등하고 있으니 매수 시기만큼은 탁월했던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