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의선 일부 구간 공사 현장. 7월 1일 개통을 불과 10여 일 남겨 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
“지금쯤이면 모든 공사를 끝내고 승객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몇몇 파트는 야근까지 하고 있다.”
경의선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의 말이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개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할뿐더러 안전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코레일과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에서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동자도 “전기공사를 비롯해 여러 작업이 한꺼번에, 강도 높게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현장에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예정된 공사 기일을 무리하게 앞당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통되는 경의선 복선전철 1단계 구간(서울 마포 DMC역∼경기도 파주 문산역)은 당초 2010년 1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국토해양부는 6월 말 시작되는 파주 신도시 입주를 고려해 7월 1일로 변경했다. 그러다 보니 개통을 코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조차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기일 단축 때문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15일 코레일이 실시한 선로 점검에서도 공사의 문제점은 드러났다. 궤도공사 마감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수백 곳에 달했고 정비기준에는 무려 1000곳 이상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91개 선로가 ‘즉시 보수’ 대상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구간 선로는 내려앉아 자갈에 묻힌 곳도 있었다. 그동안 코레일이 궤도의 정비기준 및 마감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공사가 끝난 것으로 판단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의선 개통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를 맡은 철도공단은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수리가 가능하다. 예정된 날짜에 문제없이 개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통을 불과 일주일도 안 남긴 시점에서 결함이 발견된 선로를 모두 보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노조·위원장 김기태) 관계자는 “신설 선로에서 이렇게 무더기로 결함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 철도공단은 부실공사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개통을 강행하면 코레일이 선로를 고쳐가면서 운영해야 한다. 결국 이중으로 국고가 낭비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철도건설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선로 개통 1개월 전에 운영 및 유지보수 인력이 투입되어 시설물 등에 대한 사전 점검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아직 일부 시설물은 설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개통 10일 전에 해야 할 이용자점검 역시 계속 미뤄오다 결국 진행되지 못했다. 선로의 벌어짐 현상을 감지하는 장치로서 열차탈선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밀착검지기’ 역시 개통 이후에 설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로가 이처럼 말썽을 일으키다 보니 신설역사 공사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 6월 23일 경의선 복선전철역 중 하나인 능곡역을 찾아가 보니 먼지투성이에 집기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철도공단 노동자는 “보통 사전에 개집표기가 작동이 잘 되는지 이동통로는 안전한지 등을 점검하러 오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위에서 재촉이 심해 작업을 빨리 하고는 있지만 개통 전에 역사가 제모습을 갖추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일단 승객이 열차를 탈 수는 있겠지만 만족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곳은 다른 역에 비해서는 나아 보였다. 아직 계단과 화장실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곳이 있을 뿐 아니라 열차운행에 필수적인 신호와 전철기 등도 미흡한 역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서는 경의선 복선전철의 인력운용을 놓고서도 코레일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도건설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개통 전년도 6월 전까지 소요인력 충원계획을 설립하고 충원인원에 대하여는 개통 3개월 전까지 교육을 실시해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고시돼 있다. 또한 개통 1개월 전에는 운영 및 유지보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코레일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경의선에 충원하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경의선 역 근무인원을 줄이고 열차 안전과 고객 서비스를 축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경의선을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비검수를 축소하고 차장 없는 열차운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최대한 인력을 확보해 승객의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대규모 감원을 밝힌 상황에서 코레일의 그러한 설명은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했다.
코레일로서는 부실공사 논란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경의선 복선전철의 건설을 맡아 온 곳은 철도공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소홀 인력충원 등 책임 공방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듯싶다. 특히 허준영 코레일 사장을 향한 성토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 눈치만 보고 조직 내부의 여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레일의 한 전직 임원은 “코레일 임직원들이 허 사장에 대해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힘 있는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허 사장이 경의선 복선전철과 관련해 ‘일단 개통부터 하고 보자’는 정부 논리에 따라가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 역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공사 기일을 앞당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국토해양부의 ‘밀어붙이기식 개통’을 경의선 부실공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파주 신도시 입주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 결론 낸 것”이라며 “큰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