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 신문로 1가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본관(왼쪽)과 1관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대형 매물이 등장할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포스코는 이번에도 역시 강력한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평가받는 중이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 인수를 통해 기존 포스코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올 초 정준양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신설한 미래성장전략실이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대형 인수·합병(M&A)설을 부추긴다.
그런데 정작 포스코 측은 “검토조차 안 했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형 매물만 나오면 포스코가 인수후보라고들 하는데 우린 대우건설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M&A란 인수후보에게 없는 것이나 모자란 것을 채워줘야 의미가 있는데 대우건설은 포스코에 매력적인 매물도 아니고 별다른 인수 시너지도 없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의 주력이 철강업인 만큼 다른 사업분야에 거액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최근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작업이 난항에 부딪친 점을 주시하기도 한다. 경영위기를 맞은 해운업체 대우로지스틱스가 포스코에 인수 요청을 해왔지만 해운업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포스코가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해 제품과 원료의 운반을 모두 맡길 경우 해운업계에선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1년에 물류비용 1조 7000억 원을 집행하는 큰 고객을 잃게 되는 셈이다.
만약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포기할 경우 다른 매물에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대우건설이 주목받기도 하지만 포스코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수백억 원 정도가 예상되는 대우로지스틱스와 수조 원이 드는 대우건설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지분 24%가량을 갖고 있는 점을 들어 포스코 인수설을 부추기기도 한다. 대우건설 인수로 물류강자 대한통운까지 넘볼 수 있다는 논리지만 포스코 측은 “관심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포스코의 이런 반응에선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 이후 옛 대우 계열 회사들 인수후보로 자꾸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재계에선 LG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지난 2004년 GS와의 계열분리로 GS에 LG건설(현 GS건설)을 내준 LG가 대우건설 인수로 새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찾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여기에 자금력이 풍부한 LG가 SK에 빼앗긴 재계 3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LG 측 역시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의 M&A 원칙은 전자나 화학처럼 우리가 잘 하는 사업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주력업종과 무관한 건설사 인수를 왜 검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대우건설에 관심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LG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재계 관계자들 시선이 계속 LG를 향하는 것은 최근 들어 LG와 GS의 관계에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는 탓에서다. LG와 GS는 57년간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분리의 길을 택했지만 경영진끼리 업계 동향이나 정보 사안을 공유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2005년 2월 GS의 새 CI(기업 이미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LG의 사업영역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매물 재등장 이후 “계열분리 당시 상대 주력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LG-GS ‘신사협정’ 기한이 다 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이 허창수 GS그룹 회장 눈치를 보지 않고 건설업 진출에 나설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5월 GS가 LG상사와 동종업체인 종합상사 ㈜쌍용을 인수한 것 역시 LG의 대우건설 인수설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이런 신사협정 소문과 관련해 LG 측은 “계열분리를 하면 통상 5년 정도 상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관례 때문에 나도는 이야기 같다”면서도 “GS와의 관계와 상관없이 대우건설 인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건설업체 진흥기업을 인수한 전경련 회장사 효성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건설업 강화로 재계 위상 높이기에 나설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진흥기업 인수는 내수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이며 대우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인수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여력이 있거나 건설업에 관심 보일 법한 곳을 고르다보니 효성이 거론되는 것 같다”며 “효성은 제조업 포트폴리오 중심의 그룹인 만큼 더 이상의 건설사 인수는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이 매물로 등장했을 당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중도 포기했던 한화그룹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한화 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 이후 숨고르기 중이다. (대우건설) 가격이 만만치 않아 우리의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M&A로 꾸준히 성장해온 한화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자금문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은 대형 M&A 시장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사업구조와 자금 유동성을 튼튼히 하는 데 주력하는 상태”라고 보탰다.
최근 OB맥주 인수에 실패한 롯데그룹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롯데 측도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거론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같이 어려울 때 포스코나 LG 같은 돈 많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대우건설 조기 매각은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일 “대우건설의 전략적투자자(SI)로 해외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인수대상자 범위를 한층 넓혔다. 인수후보로 거론돼 온 국내 대기업들이 부담스러워 하자 해외에도 눈길을 돌린 셈이다. 인수후보로 거론된 다른 대기업의 관계자는 “요즘 같은 경기에 수조 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하기엔 위험성이 크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동시에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업체를 국내 자본이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 형성이 될 때쯤 인수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