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펀드에 6463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한다. 지난 2월 2419억 원을 시작으로 2분기(4∼6월)에는 36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몰렸다. 상반기 해외펀드시장에서 중국펀드가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해외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중국펀드로만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연초에 투자해 원금 대비 50% 이상 수익을 거뒀던 투자자나 2년 전 상투 때 가입해 반 토막에서 마이너스(-) 20%로 손실을 많이 회복한 투자자 모두 좌불안석이다. 중국 증시가 3100p선을 돌파하자 조정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중국 증시가 3500p선을 넘어 4000p선까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2600∼2700p선까지 1차 조정세를 보인 후 다시 2300p선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4조 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풀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집행했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중국의 일부 경기지표가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증시의 상승이 탄력을 받았다.
중국의 신규대출은 1월 16조 위안으로 급증한 이후 2월에도 10조 7000억 위안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대출이 월평균 4000억 위안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시중유동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통화(M2) 증가율도 지난해 평균 16.7%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12월부터 확대되기 시작해 올해 2월에는 20.5%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전력 발전량이 늘고 있고, 항만 물동량도 지난달 매주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중국의 3월 PMI(구매관리자지수)가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PMI는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상대로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와 함께 경기전망을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하는 지표. 50을 웃돌면 경기확장 국면을, 50을 밑돌면 경기축소 국면을 뜻한다. 중국의 PMI는 2006년 지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08년 7월 50을 밑돌았으며 9월에 잠시 50을 웃돌았다가 10월부터 다시 50을 밑돌아 11월엔 38.8로 최저를 기록했다. 이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앞 다퉈 중국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6.8%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4분기에는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10%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도 중국 경제가 이미 저점을 벗어났으며 경기부양책으로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201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8.3%에서 9.6%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한화증권 역시 경기회복 속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중국의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1분기 6% 정도를 기록하고 2분기 7%, 3분기 8%, 4분기 9%의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 경제가 3~4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가면서 올해 목표치인 8% 성장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실적이 발표되고 국내총생산(GDP)성장률 등 호전되고 있는 거시경제지표가 발표돼 상승기조가 유지됐다”며 “중국 증시의 상승 강도는 약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정책 기대감이 계속되고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권 격언은 이와 같은 중국 증시의 급등에 떠오르는 말이 아닌가 싶다. 최근 중국 증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조정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올 들어 7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기 과열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기업 26만 개사의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감률이 지난 2분기에는 -34.27%로 떨어져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대한 전망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중국 경제가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덕분에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산업경기가 가파른 회복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올 하반기 중국 증시에 기업공개(IPO)와 보호예수(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주식유통을 금지하는 것) 해제로 5000억 주 이상의 물량이 추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이미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펀드 투자를 더 확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펀드 전체 설정액은 21조 1537억 원으로 해외펀드(57조 310억 원) 가운데 37%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이 포함된 신흥국·아시아·친디아·브릭스 펀드까지 확대할 경우 해외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중국 증시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발 빠른 투자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주가가 고점에 근접해 조정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펀드를 일부 환매하고, 환매 자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조정 국면에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하라는 얘기다. 다만 적립식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할 경우에는 현재 시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7∼9월) 중국 증시가 고점을 달성한 뒤 4분기(10∼12월)에 단기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규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은 당분간 지양하고 장기 적립식 펀드투자는 현재시점에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대열 하나대투펀드 리서치팀장은 “해외투자는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정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거 수익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투자 포트폴리오 점검 후 자산배분전략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