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다리를 당당히 드러내면 보기에 좋죠. 근데 문제는 당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입고 오면 본인도 주체를 못하더라고요. 옆에서 그 모습이 보이니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합니다.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체형에 어울리지도 않는 미니스커트를 입는 분도 있는데 솔직히 속으로 혀를 찹니다.”
정유회사에 근무하는 S 씨(34)도 노출 패션을 가장 꼴불견으로 꼽았다. 입을 바에야 눈치 보지 말고 입으라는 게 그의 생각. 하지만 업무에 방해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J 씨(여·33)는 유행 패션을 따라잡으려는 직원들 때문에 어이없을 때가 많다. 보험 영업 파트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남들보다 옷에 더욱 신경을 쓴다. 유행에 민감하기도 한데 때로 너무 과감한 것이 문제다.
“유독 튀는 패션을 자랑하는 한 분이 있었는데요, 란제리 패션이 화제일 땐 누가 봐도 슬립 같은 옷을 입고 오더라고요. 그것도 파란색으로요.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정말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았죠. 저 말고도 몇몇 사람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더군요. 요즘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룩이 유행이라던데 그것까지 시도하실까봐 걱정이네요.”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A 씨(39)는 비교적 복장이 자유스런 여직원들 때문에 가끔 난처할 때가 있다. 외국에서 살다온 직원들이 많은 터라 개방적이고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국내에서 근무하다 외국인과 결혼하고 해외 지사로 갔다 돌아온 동료가 있었어요. 해외거주 여파 때문인지 한 번은 허리 위가 유난히 짧은 청바지를 입고 왔는데 허리선 위로 T팬티가 보이더군요. 앉았을 때 엉덩이 골이 훤히 보이더라고요. 도대체 알면서 그냥 두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A 씨는 자신이 남자라 여자동료한테 주의를 주기도 뭐하고 해서 애써 외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는 “같은 남자면 한마디 하겠지만 괜히 이상한 취급 받을까 싶어 아예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이 지긋한 남자 직원들의 단정치 못한 옷차림도 꼴불견이다. 솔로인 경우는 게을러 보이거나 모자라 보일 수도 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K 씨(여·31)의 얘기.
“팀 내 부장님 한 분이 있어요. 일도 그리 똑 부러지게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하고 다니는 것도 어딘가 지저분해서 솔직히 사람이 좀 ‘찌질’해 보여요. 와이셔츠 깃도 구겨져 있을 때가 많고 아무리 정신없이 출근한다지만 언젠가는 양말색도 짝짝이더라고요. 큰 양복바지를 배 중간까지 올려 입고 다닐 때면 정말 말이라도 걸까 두렵다니까요.”
“격주로 근무하는 토요일에 청바지를 입고 왔는데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진을 입었더군요. 당연히 윗분들의 눈에 거슬렸죠. 눈치 빠른 남자 선배 한 분이 따로 불러 너무 붙는 바지가 보기 안 좋다고 타일렀어요. 근데 다음번에는 반항인지 아닌지 엉덩이 중간까지 내려입는 헐렁한 힙합바지를 입고 왔더라고요. 다들 어이없어 했죠.”
물론 꼴불견으로 지적당하는 당사자들도 할 말은 있다. 독특한 패션을 고수하는 의도가 남들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K 씨(여·25)는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남자 직원들보다 여직원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입는다, 노출증이다 등 많은 말을 듣지만 실제 의도는 그게 아니에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데 제 키가 172㎝예요. 한때 몸무게가 80㎏대까지 나갔어요. 그때 서러움을 겪으면서 살 빼면 꼭 입고 싶은 옷 맘 놓고 입겠다고 다짐했거든요. 미니스커트에 ‘한이 맺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서 걸어놓기만 한 게 몇 년이에요. 이제 몸에 잘 맞아서 실컷 입고 싶다는데 왜들 그렇게 고까운 눈으로 보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질투 같아요.”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J 씨(여·26)도 눈에 띄는 패션으로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남들이 뭐라 하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대학 다닐 때부터 평범하게 입는 걸 싫어했어요. 그땐 머리색도 분홍색이나 초록색으로 해서 어딜 가나 튀었죠. 지금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저만의 개성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독특한 스타일의 옷을 어렵게 발견해서 구입하는 것도 큰 기쁨이지만 남들은 감히 입지도 못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용기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남들의 시선을 많이 받을수록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 같은 기분까지 들어요.”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옷차림에 당당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또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마음에 담아두거나 조심스러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뭐든지 과유불급이다. 한 의류 컨설팅 전문가는 “오로지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며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세련미를 갖기는 어렵겠지만 파스텔 톤에 적당히 몸에 맞는 옷이 가장 무난한 오피스 룩”이라고 조언했다.
이다영 프리랜서
dylee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