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르텐 비어 한윤교 사장은 2년여에 걸쳐 냉각테이블을 최종 완성했다. 박은숙기자 espark@ilyo.co.kr | ||
생맥주전문점 ‘가르텐비어’(www.garten.co.kr)를 운영하고 있는 한윤교 ㈜디즈 사장(48)은 맥주를 재밌게 마실 수 있는 긴 잔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냉각테이블을 개발, 기술력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 유행 아이템을 선택해 실패의 쓴잔을 마신 뒤 얻은 값진 교훈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그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한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모양의 긴 잔, 이 잔을 꽂아두고 맥주를 오랫동안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냉각테이블. 기존의 맥주전문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스템으로 창업시장을 공략, 프랜차이즈 사업 5년 만에 가맹점 수 200개를 돌파한 생맥주전문점 ‘가르텐비어’의 한윤교 사장. 그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냉각테이블을 개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소 외식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장생활 당시 남미 출장에서 긴 맥주잔을 발견하고 구입해 온 것이 사업의 발단이 된 셈이죠.”
남미에서 구입한 맥주잔은 길이가 길어서 세워두기가 쉽지 않았다. 평평한 바닥에 그냥 놔둬도 쓰러지고, 거치대를 마련해도 쓰러졌다. 퇴직 후 본격적으로 맥주잔 활용법을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홈이 파인 테이블을 생각해냈고, 거기에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는 냉각시스템까지 도입하면서 지금의 특허 받은 냉각테이블을 개발하게 됐다. 최종 완성품을 개발하는 데는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제품을 완성한 뒤에는 맥주전문점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런데 웬걸, 여러 회사를 방문했지만 하나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업체들의 이런 반응에 한 사장은 오히려 화가 났다. 좋은 물건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보인 것이지, 자신의 개발품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결국 그가 직접 나섰다. 2004년 5월, 제품 개발에 참여한 직원 4명과 함께 대전시 대덕구 둔산동 상가건물 5층에 726㎡(220평) 규모의 맥주전문점을 연 것이다.
입지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냉각테이블을 손님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는 직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냉각테이블을 펼쳐놓고 독특한 맥주잔에 담긴 시원한 맥주를 시민들이 무료로 마셔볼 수 있도록 했다. 신기한 표정으로 맥주를 마셔본 손님들의 발길이 하나둘 매장으로 이어지면서 3개월 뒤 그의 맥주전문점은 일평균 매출 500만 원을 쉽게 넘어섰다. 장사가 잘 되자 이용 손님, 지인을 통한 창업 문의가 이어졌고, 대전과 청주를 비롯해 충청권에 20여 개의 가맹점이 들어섰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프랜차이즈의 각축장인 서울로의 진출을 결심, 2006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에 33㎡(10평) 규모의 작은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런 다음 주류공급업체 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과는 달리 업체의 반응은 냉랭했다. 서울에 가맹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신생 업체인 데다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한마디로 무시를 당한 것. 수십 군데의 업체를 돌아다닌 끝에 수원의 한 업체와 겨우 주류공급계약을 할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개설한 115.5㎡(35평) 규모의 가맹 1호점이 월매출 3500만~4000만 원을 기록하면서 가맹점 개설 희망자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 창업자의 소개를 통한 가맹점 개설이 부쩍 늘었다. 가맹점 개설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서울 진출 당시 주류 공급에 난색을 표했던 업체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접근해왔다. 이번에는 그가 거절할 차례였다.
“어려운 시절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의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죠. 수원의 주류공급업체에는 서울·경기지역 매장의 주류 공급을 맡기고 있습니다. 본사와 가맹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브랜드 중 저희를 선택한 만큼 끝까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지요.”
최근 그는 제2 브랜드로 치킨전문점 ‘치킨퐁’을 론칭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메뉴인 치킨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로 한 것. 엔지니어 출신답게 이번에도 시스템에서 그 답을 찾았다.
“웰빙 바람으로 기름에 튀기지 않는 치킨을 많이 찾고 있잖아요. 그런데 주된 조리 기구인 오븐을 대부분 고가의 수입품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이것이 창업비용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었고요.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용 역시 만만치 않고, 수리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죠. 그래서 오븐 개발에 직접 나섰습니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열풍을 통해 굽는 오븐을 개발했고, 보통 1000만~1500만 원 정도 하는 오븐구입 비용을 절반 정도인 750만 원으로 줄였다고. 가르텐비어의 특징인 ‘냉각 맥주 보존 기술’도 적용했다. 휴대용 보냉기를 개발, 생맥주를 주문한 손님들이 매장에서 바로 마시는 것처럼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한 것.
불황으로 창업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르텐비어와 치킨퐁 가맹점 개설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가르텐비어는 올해 30개 점포를 개설했고, 치킨퐁 역시 가맹사업 4개월 만에 가맹점 수가 30개를 넘어선 상태다. 한 사장은 치킨퐁은 올해 안에 80호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고, 가르텐비어의 경우 최종 350호점까지만 가맹점 개설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는 9월에는 중국 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9월 20일, 중국 하이저우(海州)에 264㎡(80평) 규모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르텐비어 해외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을 들였다. 해외 1호점이 성공할 경우 유사 업체들의 난립이 예상되지만 국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선두 브랜드의 이미지로 경쟁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가을에는 ‘생선회용 냉각 테이블과 접시’를 활용한 생선회 프랜차이즈 ‘사도시’(4℃)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윤교 사장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유망 아이템과 유행 아이템을 신중히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그 역시 직장 생활을 그만둔 뒤 철저한 조사 없이 덜컥 유행 아이템을 선택했다가 큰 코를 다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유행 아이템은 누구나 쉽게 차릴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성공도 쉽지 않습니다. 반면 유망 아이템은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노력 여부에 따라 성공도 이룰 수 있죠. 앞으로 저도 가맹점 수 늘이기, 본사 살아남기에 급급한 프랜차이즈 문화를 바꿔볼 생각입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