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
가입자를 기준으로 한 SK텔레콤의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다. KT(31.4%) LG텔레콤(18.1%)을 멀찌감치 따돌린 업계 1위다. KT와 LG텔레콤의 거센 공세가 있었던 올해 상반기 역시 SK텔레콤은 50.6%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지난 7월 말 SK텔레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50.5%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할 것”이라며 수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전체 사용자의 절반이 넘는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7년 전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정부로부터 따낸 저주파대역(800㎒)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00㎒는 다른 주파수 대역보다 파장의 폭이 작아 넓은 지역을 서비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진성이 좋아 회절에 의한 음질 손실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800㎒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주파대역의 또 다른 장점은 적은 기지국만으로도 최상의 통화품질이 가능해 투자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KT와 LG텔레콤이 ‘황금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차세대 이동통신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4G(인터넷·방송·게임 등 융합 서비스가 제공되는 4세대 이동통신) 부문에서도 황금주파수를 사용하는 통신사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T와 LG텔레콤은 정부 측에 여러 차례 주파수 재분배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당시에도 양 사는 방통위 측에 인가조건으로 황금주파수 할당을 내걸기도 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구축비용 절감이 가능한 1㎓ 이하 주파수(황금주파수)를 SK텔레콤만 보유하고 있어 공정경쟁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후발사업자들이 꾸준히 해왔다”고 귀띔했다.
황금주파수 문호 개방을 가장 반겼던 곳은 ‘만년 3위’ LG텔레콤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 ‘티’(T)와 KT ‘쇼’(SHOW)에 밀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도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했던 LG텔레콤에게 대반격을 노릴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LG텔레콤은 황금주파수 확보를 올해 하반기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이미 연초부터 TF(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 대책을 준비해왔다. LG텔레콤 측은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 온 것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LG그룹 역시 그동안 ‘미운오리새끼’로 불렸던 통신 계열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파수 확보전이 물량 공세로 번질 경우에도 재계순위 4위의 모기업이 버티고 있는 LG텔레콤이 밀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800㎒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미디어법 통과로 방송·통신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주파수만 확보한다면 우리도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T는 회장 교체, KTF와의 합병작업 등으로 인해 다소 늦게 준비에 들어갔지만 그 의지만큼은 LG텔레콤 못지않아 보인다. KT 역시 전담팀이 꾸려진 상태다. 특히 이석채 회장이 이동통신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KT 안팎에서는 ‘황금주파수를 가져오기 위해 엄청난 베팅을 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상태다. KTF 출신의 한 KT 관계자는 “3G는 물론 4G에도 품질이 검증된 황금주파수를 활용할 것이다. SK텔레콤이 예전처럼 독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 사용하고 있는 황금주파수 일부를 내줘야 하는 SK텔레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SK텔레콤 측은 “우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역력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KT와 LG텔레콤이 연합전선을 펼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업계 일각에서는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KT가 900㎒, LG텔레콤이 800㎒를 신청하기로 합의했다는 말이 파다하게 돌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일 경우 SK텔레콤으로서는 양사의 협공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황금주파수 할당에 따른 대가 규모를 놓고 SK텔레콤이 KT 및 LG텔레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번 황금주파수 분배 대가로 SK텔레콤이 800㎒를 받을 당시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1조 3000억 원 이상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KT와 LG텔레콤은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과 똑같이 낼 수는 없다”며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우리만 손해 볼 수 없다”며 방통위를 압박하고 있어 ‘할당 대가’를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논리 싸움은 앞으로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