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플레이션 조짐 속 원자재 펀드가 수익률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한국거래소 직원이 코스피지수 상승곡선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 ||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자산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다가올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한 투자전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적인 갑부이자 투자의 귀재가 된 워런 버핏은 거시경제와 관계없이 오로지 기업의 내재가치에 주목해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버핏이 거의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거시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물가 상승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는 성공적인 주식 투자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아둔한 것은 현금을 장롱 속에 묻어두는 사람이고 그 다음으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주는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사람이다. 최근 금에 투자하는 펀드, 원유와 곡물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 등 상품 펀드가 인기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제 상품가격의 최근 동향은 가파르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최근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1년 6개월 전만 해도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랬던 유가가 지난 6월부터 슬금슬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8월 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낸 점도 원유시장의 호재로 작용했다.
2개월 전 한국무역협회는 하반기(7∼12월) 국제유가 전망보고서에서 “글로벌 유동성과 달러화 절하 추세에 따라 원유에 유입된 투기 자금이 유가 상승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말 본격적인 경기개선 징후가 보이면 유가 상승이 가속화돼 배럴당 80달러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값 또한 미국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 금값은 지난 3월 이후 18개월 만에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금값이 네 자릿수에 진입한 것은 사상 세 번째다. 금값 강세론자들은 앞으로 수주 안에 금값이 1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께 700달러대로 다시 추락할 것이란 반론도 없지 않지만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경제가 불안할 때 금을 사들였으나 최근의 금값 상승 기조는 금융위기가 완화될 조짐을 보였던 지난 4월부터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금값의 상승은 경기회복에 힘입은 수요 증가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위기와 글로벌 침체가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물론 전자제품 제조업체 등 생산업계도 금을 사들이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경제의 청신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올해 금 수요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줄었으나 2분기(4∼6월) 수요는 1분기(1∼3월) 대비 19%나 증가했다. 금과 국제 유가 외에도 비금속인 구리 알루미늄 주석 등도 상황은 엇비슷하다.그렇다면 다가오는 ‘신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자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대비할 수 있는 자산관리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먼저 관심을 둬야 할 상품으로 원자재 관련 주식펀드, 지수파생펀드, 원자재 관련 국가펀드, 풍력·태양광과 같은 신생 에너지 섹터 펀드 등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제 상품지수에 연동돼 움직이는 원자재 관련 펀드 상품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항상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할 뿐 아니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원자재 섹터의 연장선상에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신할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뉴에너지(녹색성장) 섹터 펀드와 물가상승 유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농산물에 투자하는 농산물(애그리) 섹터 펀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낮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연동채권상품이나 주식차익거래펀드, 채권알파펀드 등 안정적 운용구조를 가지면서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추구 상품도 추천됐다.
또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 수익을 실현하는 메자닌 상품이나 공모주 펀드도 채권보다 높은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대우증권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투자대안으로 곡물가격 관련 기업, 매출원가율 개선기업, 천연자원 대체재 생산기업이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측은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대안으로 곡물가격 상승 수혜기업, 매출원가율 하락기업, 천연자원을 대체하는 가공재 생산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곡물가격 상승 수혜 기업으로 작황을 풍족하게 해줄 비료제조 업체나 병충해 방제 업체, 생산량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종묘 업체 등을 꼽으며 관련주로 남해화학 농우바이오 세실 CJ제일제당 등을 추천했다. 원자재 급등에 천연고무를 대체할 수 있는 합성고무, 면화를 대체하는 폴리에스터, 옥수수 대두박 등 사료원료를 대체하는 인공성장제 등을 생산하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우증권은 금호석유 효성 케이피케미칼 엘앤에프 동양제철화학 동화홀딩스 한솔홈데코 등을 천연재를 대체하는 인공가공물 생산기업으로 제시했다.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과 동반한 원자재 관련 펀드의 경우는 어떨까. 올해 초 이래 지난 8월 말까지 수익률을 주요 자산별로 비교해보면 원유가 64.3%로 가장 높이 반등했고 코스피지수는 40.6%, 상품지수는 15.1%, 금은 9.5%, 농산물은 -6.0%로 나타났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1년 세계경기와 물가는 안정적으로 상승할 전망이어서 극단적 상황이 없다는 전제하에 원자재 투자는 유망하다”면서도 “하지만 부진한 현재의 실물수요와 긍정적 미래전망에 대한 괴리가 커져감에 따라 단기급등한 원자재 가격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횡보 또는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지애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원자재 펀드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유효하다”면서 “상품가격보다는 펀드 유형에 따른 성과가 크게 반영된다는 점에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