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작은 이웃나라 일본이었다. 지난 9월 중순경 일본 가오사의 ‘에코나’ 식용유에서 3개 지방산 구조를 가진 일반 식용유를 체내 흡수를 줄이기 위해 2개의 지방산으로 구성된 식용유(디글리세라이드, DG)로 변환시키면서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사람이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를 섭취할 경우 몸 안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글리시돌로 분해될 수 있다고 한다. 글리시돌은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일본 식품안전위원회는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의 안전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고 일본 소비자단체인 주부연합회에서 해당 제품의 허가 취소 및 판매중지를 요구했다. 이에 가오사는 지난 16일 에코나 식용유 판매를 중지한 상태고 향후 함량을 3ppm 이하로 낮춰 재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에코나 소동과 동시에 CJ제일제당의 라이트라에서도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가 생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방산 체내 흡수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식용유의 분자구성을 변환시키는 열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논란이 일자 CJ제일제당 측은 즉각 대응을 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CJ 측에서 먼저 라이트라 제품의 회수를 알려왔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먼저 판매를 중단키로 경영진에서 결정했다”며 “회사 방침상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조그마한 문제가 발생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기존에 섭취했던 소비자들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J 측에 따르면 라이트라는 현재까지 대형매장과 할인점, 백화점 등에서는 전량 회수가 이루어졌고 물량이 적은 소매점은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물건을 회수하고 있다고 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나온 물량의 99% 리콜이 끝났다”며 “라이트라가 고가의 식용유로 우리 식용유 중 1% 미만의 판매율을 보여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리콜로 회사 차원에서 30억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CJ 측의 이러한 민첩한 대응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일컬어지는 2006년 6월에 발생한 학교 급식 식중독 사건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당시 초·중·고등학교 93곳과 대학교 35곳을 관리하던 CJ푸드시스템은 해당 학교에서 식중독 사건이 일어났지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책임 회피’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CJ는 급식 사업에서 철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검찰과 식약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재현 CJ 회장이 피해 학교를 직접 방문하며 사과를 하는 등 ‘악몽’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이후 사명마저 CJ프레쉬웨이로 바꿨다. 식품업체로서 미숙한 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한편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의 위해성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식품안전위원회에서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위해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나 규제기준이 없다”며 “인체에 어느 정도의 양이 위해한지 밝혀진 것도 없어 단순히 논란만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애초 건강기능 식품으로 라이트라를 홍보할 계획이었다. ‘체지방 걱정을 줄인 라이트라’를 지난해 12월에 인체시험 자료를 비롯한 수많은 연구논문 자료와 함께 식약청에 제출했던 것. 그리고 지난 3월 주성분인 디글리세라이드의 기능성을 인정받은 후 건강기능 식품 제조업 허가, 품목제조 신고를 거쳐 국내 식용유 최초의 건강기능 식품으로 선보였다.
디글리세라이드는 일반 식용유의 지방인 트리글리세라이드(TG)에 비해 지방산이 하나 적어 우리 몸에 잘 쌓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청은 다른 식용유와 비교했을 때 식후 혈중 중성지방과 체지방 증가가 적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 관계자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의 위해성 논란이 전혀 없었다”며 “라이트라의 건강기능이 확인돼 인정해줬던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식약청의 허가 후 라이트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당시 CJ제일제당 백설유 담당 브랜드매니저는 “건강기능성 식용유를 통해 가정용 식용시장의 10~15%까지 매출이 증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웰빙 추세에 맞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라이트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시돼 3개월 만에 매출액 1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는 홍보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글리시돌 지방산 에스테르의 안전성과 허용치 등 명확한 기준을 빠른 시일 안에 잡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제품의 열처리 과정 개선 등 자체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도 “공정 개선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 중에 있다”며 “제품에 대한 공정 개선이 될 때까지 소비자들이 구입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문제가 된 제품을 자진 회수한 CJ의 태도는 격려해야 할 일”이라며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게 회사 스스로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물질이 많이 발견되면서 발암물질도 덩달아 생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정부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신속하게 대응해 정확한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