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산골명가 한규용 사장이 1년여에 걸쳐 개발한 육수티백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어느 곳에서든 같은 맛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한식은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겨레가온데(www.wansangol.com) 한규용 사장(40)의 고민도 다르지 않았다. 고향인 전주의 콩나물국밥 ‘완산골명가’를 프랜차이즈화하는데 맛의 균일화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 결국 일상에서 해답을 찾아 140개 점포 개설까지 이어진 그의 7전8기 성공기를 들어봤다.
“한식을 프랜차이즈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맛을 좌우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통일시키고 균일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맛이 달라져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한규용 사장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어쩔 수 없이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음식점을 운영했던 터여서 ‘절대로 음식점만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는데 당시 서울에서 유행하던 뼈 없는 치킨이 눈에 들어오더란다. 거주지였던 목포로 들여와 배달전문점을 열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16.5㎡(5평) 점포에서 하루 150만~200만 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정말 싫었던 분야였지만 들어와 보니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재미도 있고요. 배달형 사업에서 매장형 사업으로 아이템을 바꿔보자 싶었죠.”
새롭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고향인 전주의 콩나물국밥이었다. 직장 생활 당시 출장이 잦았던 그는 타 지역에서 값싸면서 시원한 전주의 콩나물국밥을 먹을 수 없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고. 경험을 통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머니가 이모와 함께 전주 남부시장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그 맛이 일품이어서 단골손님도 많았고요.”
2001년 5000만 원을 들여 목포에 99㎡(30평) 규모의 전주 남부시장식(뚝배기를 팔팔 끓이지 않고 국밥과 계란을 따로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 콩나물국밥 전문점을 열었다. 물론 어머니가 주방을 맡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주중에는 200만 원, 주말에는 300만~400만 원의 일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내 문제가 발생했다. 어머니가 전주로 올라간 뒤 맛에 변화가 생긴 것. 정해진 레시피(조리법)대로 조리를 했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국밥은 어머니의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손님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어머니를 다시 모셔왔고 맛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머니가 떠나면 맛은 또 다시 변했다. 그는 즉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첫 번째 문제는 식재료, 두 번째 문제는 손맛이었습니다. 전주에서 사용하는 콩나물, 물 등의 식재료와 목포에서 사용하는 식재료가 달랐고,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인 조리 습관이 맛을 변화시키는 요인이었죠.”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보기도 하고 육수를 끓여 공급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물 맛은 여전히 들쑥날쑥했다.
동물성 재료는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났지만 야채와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것은 오히려 쓴맛이 났다. 냉동 육수를 해동시키면 맛이 떨어지고, 유통 과정에서 쉽게 변질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곡절 끝에 해결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다.
가족들과 함께 차를 마시다가 녹차가 우러나오는 티백을 보고서 무릎을 친 것이다.
“미역 멸치 다시마 새우 등 각종 해산물과 천연조미료 등을 건조시킨 뒤 티백으로 만들어서 우려내면 어디서나 똑같은 국물 맛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고, 특허출원까지 마치고서야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나섰다.
본점과 가맹점의 음식 맛이 일치하면서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누구나 쉽게 본점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게 되면서 가맹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그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고객 발걸음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가격파괴 전략이다. 개업 첫날에는 500원, 둘째 날은 1000원, 셋째 날은 1500원에 국밥을 파는 식이다.
이렇게 매장을 알리고 나면 그 다음은 맛으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벤트가 끝난 뒤 4000원짜리 국밥을 먹기 위해 1200명의 손님이 찾아와 하루 48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적도 있단다.
지난 6월에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 특허 받은 육수티백을 가정용 육수티백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권리를 내놓았는데 큰 호응을 얻어 6억 5000만 원에 총판권이 판매가 됐다고 한다.
콩나물국밥 전문점을 시작한 지 7년의 시간이 지나고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완산골명가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에 접어들면서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2008년 제2 브랜드인 ‘전복예찬’을 론칭한 것. 전복예찬은 양식 전복을 이용한 대중적인 전복요리 전문점이다. 2006년에 해남에서 한 전복 양식업자가 자신이 키운 전복을 셀프 전복전문점에서 도매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기존 전복요리 전문점은 대부분 고가의 코스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 소비자 부담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한 번 먹으려면 5만~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다보니 대중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죠.”
그는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양식장에서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춰 가격을 5000~2만 원으로 낮췄단다. 메뉴도 다양화했다.
전복죽, 전복회, 전복 매생이칼국수, 전복 해초비빔밥, 전복 한방삼계탕, 전복 우럭탕, 전복 묵은지 매운갈비찜, 전복 만두 등 단품 메뉴에서 다양한 전통요리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전복예찬 서울 양재점의 경우 150㎡(45평) 규모의 점포에서 월평균 6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단다. 전복예찬은 현재 개설 중인 점포를 포함해 총 8개 가맹점이 운영 중이고 올 연말까지 20개 점포 개설을 예상하고 있다.
한 사장은 “초보 창업자들이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고 윈윈(win-win)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