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외국계 사모펀드로는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트(KRR)와 블랙스톤, 퍼미라와 국내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기관 S&C인터내셔널 등이 있다.
KRR은 미국계로 세계 4대 펀드 중 하나. 국내에는 지난해 7월 OB맥주 인수에 성공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OB맥주를 인수하면서 산업은행과 일한 경험이 있고 여유 운영자금이 약 154억 달러로 추정돼 가장 유력한 후보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블랙스톤도 미국계 펀드로 아직까지 국내 투자 사례는 없지만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계 사모펀드인 퍼미라는 연기금과 기관으로부터 조성된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업체다. 지난해 홈에버 인수를 위해 이랜드와 4000억 원가량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말고는 국내 투자는 거의 없어 베일에 싸인 곳이다.
국내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조카사위인 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 합작 사모펀드로 유명하다. S&C인터내셔널은 중동 국부 펀드로, 플랜트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세계 기업에 외주를 줬던 플랜트 발주를 대우건설을 통해 할 수 있기에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유력 인수 후보군에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대거 거론되자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노동조합(노조·위원장 김욱동) 관계자는 “투기자본에 파는 것은 과거 론스타 사태처럼 국부 유출을 하는 것”이라며 “해외 투기자본이 포함된 상황에서의 대우건설 실사 진행은 용납할 수 없고, 실사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진M&A연구소의 김영진 소장은 “사모펀드가 들어와도 현재 대우건설의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 3위라지만 대우건설의 알짜배기를 금호가 이미 빼먹은 마당에 전략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구상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현재의 대우건설은 ‘팥 없는 찐빵’과 같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입맛에 맞게 대우건설을 분리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금액은 ‘지분 50%+1주’로 최소 주당 2만 2000원에서 최대 2만 5000원까지 예상되고 있다. 총 4조 원 정도의 실탄이 있어야 인수를 할 수 있는 것. 만약 인수 후보자들이 금액에 부담을 느낄 경우 금융당국에서 해외 플랜트사업 등을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분리매각설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분리매각은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노조 관계자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우건설 재매각시 해외투기자본 세력 방지와 분리매각 금지를 우선순위에 둔 만큼 금호와 금융당국이 분리매각을 추진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영진 소장은 “공장이 없는 건설업이기 때문에 분리매각을 해도 남는 게 없다”며 “대우건설을 분리한다고 해서 매각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