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같은 방법으로 다른 종목을 매입, 2일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으로 이익을 실현해 1125만 원을 번다. 2개 종목을 골라 단 5일 만에 미수거래로 275% 수익률이 달성된 것이다. 이는 일명 ‘상한가 따라잡기’ 매매기법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상황 설정이다. 물론 미수거래로 몇 번 하한가를 맞는다면 단 며칠 만에 ‘깡통계좌’가 된다.
지난 2003년 한 증권사에서 마련한 실전주식투자대회에서 약관(20세)을 갓 넘긴 대학생이 원금 상한가 따라잡기를 무기로 석 달 만에 300만 원을 가지고 5180만 원을 벌어들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대학생이 올린 수익률은 무려 1548%였다.
주요 증권사들이 개최한 실전투자대회에서 1000% 수익률은 더는 ‘신화’가 아니다. 올해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이 개최한 실전투자대회 1등 수상자의 누적 수익률은 1296%에 달했다. 하지만 10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수상자가 숱하게 배출됐다고 해서 누구나 그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각 증권사가 개최한 실전투자대회는 총 25회. 이는 지난해의 19회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대회 방식도 참가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하거나 선물·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전투자대회의 평균수익률은 대부분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일부 대회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보이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말 대비 46%, 코스닥지수는 53%가량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이 개최한 대회에서 평균수익률은 7.28%. 올해 처음으로 열린 미래에셋증권의 대회는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이트레이드증권이 4~5월 진행한 투자대회에서도 주식부문 평균수익률은 0.15%로 ‘제로’에 가까웠다. 우리투자증권의 대회는 평균수익률 20%대로 그나마 선방한 사례다.
반면 최고 수익률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통상 두 달간 열리는 것을 고려해 연 수익률로 따지면 5000~6000%대인 셈이다.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인 ELW 부문에서는 수익이 2000%를 웃돈다. 동양종금의 대회 최고수익률은 2042%로 ELW 리그에서 나왔다. 미래에셋 대회의 ELW 리그에선 최고 2542.2% 수익률이 등장했다.
1000% 수익률 투자비법은 상한가 따라잡기, 스윙매매, 초단타매매 등으로 요약된다. 스윙매매는 주식 매수 후 2~3일 정도 주식을 보유하며 주가 흐름을 지켜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얻고 나오는 방법을 말한다. 특히 증권사로부터 현금이나 주식을 최대한 빌려 매매하는 미수거래를 통해 리스크(위험부담)를 안지 않고서는 그러한 수익률을 상상하기 어렵다.
증권가에 국내 최고급 고수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는 주식투자는 물론 선물, 옵션까지 20년 이상 직접 투자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로 10회 연속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해 10회 연속 1000%대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급등주를 발굴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주도 세력들의 매집과정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초단타매매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매매를 하기 때문에 하루 수익률 100~200%도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주식을 완전히 꿰뚫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이 어설프게 흉내를 냈다간 오히려 미수자금만 떠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한 소형 증권사 마케팅 담당 이 아무개 과장. 이 과장은 증권사 실전투자대회는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할 때 소형 증권사의 경우 하루 증권 거래수수료가 20%가량 증가한다. 석 달간 투자대회를 개최하면 대개 수십억 원대의 증권 거래수수료가 추가 수익으로 잡힌다.
실전투자대회 참가자들이 고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잦은 매매거래와 미수거래 등을 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거래 수수료뿐 아니라 미수거래에 대한 이자까지 챙길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수익원은 없다는 것이다. 실전투자대회 경품에 1억 원대 고급 외제 승용차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남는 장사라는 반증이다. 또 대형사의 경우 실전투자대회를 직접 운영하지만 소형사는 대행업체를 선정해 담당 인력도 필요 없다.
신규 고객이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해 해당 증권사의 홈트레이딩(HTS)을 이용할 경우 잠재고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왜냐하면 다른 증권사 것으로 시스템을 새로 깔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대부분 기존 증권사 HTS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전투자대회가 증권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이벤트’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반인들의 ‘대박심리’를 부추기며 투자문화를 훼손시킨다는 것.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평균 수익률이나 최저 수익률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다. 대체로 1등 수상자의 경이적인 수익률이나 ‘대박투자기법’만이 수상식이나 강연회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파돼 대박심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는 투자대회를 통해 고객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대회를 명목으로 고객을 유치해 실적을 올리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실토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실전투자대회는 초단타매매로 수익률을 따먹는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법이다. 게다가 광고 효과도 있다”면서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실전투자대회가 투자자들에게는 왜곡된 대박 심리를 심어주면서 증권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