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하나금융의 적극적인 외환은행 인수 의지에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사뭇 대조적인 시선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내년에 해외은행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다른 은행들의 치열한 몸집 불리기 경쟁에 맞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지주 지분 73% 가운데 7%를 블록세일로 매각할 방침을 정해 민영화를 위한 본격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금융계 안팎에서는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쟁자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신한금융은 한 발 물러나 관망하고 있는 것.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의 경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로서는 실익이 없다고 본다”면서 “내부에서도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계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한편 잇단 러브콜에 외환은행 주가는 한때 1만 5000원대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외환은행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최종 승자는 론스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론스타가 국내 은행 간의 인수경쟁으로 주가가 급등해 막대한 매각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체적인 M&A 추진 일정이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인수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곳은 자금 부담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