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기 사장은 최근 다양한 치킨요리와 신선한 생맥주로 특화한 ‘시즌2 쪼끼쪼끼’로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2008년 하반기부터 외식 시장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본사 직원과 가맹점주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간절한 시기였죠.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희망투어를 실시했습니다.”
생맥주전문점 ‘쪼끼쪼끼’ 501개(‘시즌2 쪼끼쪼끼’ 67개 포함), 꼬치전문점 ‘화투’ 78개, 치킨전문점 ‘군다리치킨’ 51개, 오므라이스전문점 ‘오므스위트’ 38개, 삼겹살전문점 ‘서기해초쌈삼겹’ 2개. 이렇게 전국 670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태창파로스 김서기 사장은 지난 7월 30일 서울을 출발, 2박3일 동안 자전거로 480여㎞를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자전거 초보가, 나이도 많은 프랜차이즈 사장이 그 힘든 일을 설마 하겠어?’라고 반신반의했던 가맹점주들은 휴대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주행 사진을 보고 반응이 달라졌단다.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완주 후에는 ‘할 수 있다’ ‘함께 잘 해보자’는 반응이 쏟아졌다고.
김 사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긍정적인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자신의 특기이자 전문 분야라고 자부한다. 사업의 시작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1990년 부산, 그는 단돈 1500만 원을 가지고 서면 뒷골목의 지하 1층 83㎡(25평) 규모 점포에 호프집을 열었다. 입지가 좋지 않아 몇 달 동안 비어 있던 가게였다. 그는 손님을 끌기 위해 파격적인 판매 전략을 택했다. 세숫대야와 양동이에 맥주를 담아 국자로 따라 마시게 했고, 당시 다른 곳에서는 2000원에 판매하는 마른안주를 단돈 300원에 팔았다. 메뉴 이름도 ‘횡설수설(8000cc)·비몽사몽(1만cc)·이판사판(1만 6000cc)’ 등 독특하게 만들었다.
맥주를 재미있게 마실 수 있도록 여신상을 본떠 만든 ‘비너스잔’도 개발했다. 부산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호프집은 대박을 터뜨렸다. 장사가 잘 된다는 비슷한 규모의 호프집이 하루 2만㏄의 생맥주 1통을 팔았는데 그는 15통을 판매한 것. 박리다매 전략으로 처음에는 남는 게 없었지만 손님이 몰리면서 월 1000만 원의 순수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장사가 잘 되자 김 사장은 규모도 확대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건물 전체를 호프 타운으로 운영하게 된 것. 당시 부산에서 ‘영타운’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건물 전체로 규모가 확대되면서 판매량은 더욱 늘었다. 하루 2만㏄ 생맥주 50통을 판매, 한 달 동안 3000만㏄의 생맥주가 나가기도 했다. 부산 영타운의 성공을 발판으로 그는 서울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았다. 1990년대 말인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
“대형 상권의 소위 잘나가는 점포에서도 임대를 써 붙여 놓는 상황이었습니다. 주택가 상권은 말할 것도 없었죠.”
모두가 만류했지만 그는 과감히 주택가 상권을 택했다. 저렴한 임대료가 소자본 창업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집과 가까운 거리에 시름을 달랠 수 있는 깔끔한 주점이 있다면 좋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는 서울 강동구청 인근 주택가 골목 1층에 99㎡(30평) 규모의 생맥주전문점 ‘쪼끼쪼끼’ 1호점을 열었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차를 마시듯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생맥주전문점을 표방했다.
“당시 주택가에는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조명, 닭 냄새가 진동하는 치킨호프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깔끔한 매장에서 신선하고 맛있는 생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쪼끼쪼끼 이전엔 유동인구가 적어 2년째 점포가 비어 있던 최악의 입지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부, 가족 단위 손님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하루 10만㏄ 이상의 생맥주를 판매하게 된 것. 이후 생맥주전문점을 열고 싶다는 사람들이 찾아와 점포를 하나둘 내주면서 자연스럽게 가맹사업이 시작됐다.
2000년 6월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해 2001년에는 한 해 동안에만 230개 가맹점이 개설됐다고. 그는 생맥주전문점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시원하고 깔끔한 생맥주 맛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맥주는 맥주 통에서 맥주를 따르는 곳까지 연결하는 관이 있는데 보통 5m 이상 길어요. 맥주는 단백질이 많은데 이 관을 자주 닦아내지 않으면 단백질이 관에 쌓여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냄새가 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설사와 복통까지 유발합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비어클리너로 맥주 관을 하루 두 번씩 자동 세척하고 있는데 이것이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지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생맥주도 효자 상품이다. 매실 원액을 첨가한 그린생맥주, 오미자 원액을 첨가한 오미생맥주, 칡 구기자 대추 감초 등 한방 원액을 첨가한 흑한방생맥주, 커피생맥주, 복분자생맥주 등이 그것. 저알코올 기능성 맥주인 ‘생맥주 칵테일’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과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김 사장은 쪼끼쪼끼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3년에는 세계꼬치요리전문점 화투, 치킨 바비큐 전문점 군다리치킨을 론칭하고 경기도 하남시에 4300㎡(1300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완공했다. 이후 오므스위트 서기해초쌈삼겹 등 추가 가맹사업도 실시하고 있지만 그의 쪼끼쪼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킨요리와 신선한 생맥주로 특화한 ‘시즌2 쪼끼쪼끼’로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시즌2 쪼끼쪼끼’는 변화를 필요로 하는 점주들과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다. 이렇게 날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그의 경영철학은 ‘평범론’이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입니다. 아무리 평범한 일이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는 셈입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