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는 지난 4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추천한 강 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내년 1월 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고 강 행장은 주총의 승인을 받으면 2013년까지 3년간 KB금융을 이끌게 된다.
사실 이번 KB금융 회장 선출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았다. 관료 출신인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병기 포스코 사외이사가 회장 선임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지난 3일 예정이었던 회추위 면접에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장은 사외이사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회장 인선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후보들의 사퇴로 한때 강 행장도 면접을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강 행장이 회장에 임명돼도 회장 선출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만큼 정통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행장은 단독 면접을 강행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됐다.
KB금융은 새 회장을 맞아 출항을 서두르고 있지만 앞으로의 항해는 만만치 않다. 강 행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운 것. 강 행장의 첫 번째 숙제는 M&A(인수·합병)를 통한 KB금융의 몸집불리기다. 금융지주사임에도 국민은행이 97%의 비중을 차지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증권사 인수 및 카드 부문 강화 등을 통해 규모를 늘려 은행을 제외한 분야에서도 상위권으로 올라올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내년 은행계의 판도를 바꿀 외환은행 인수는 강 행장의 능력을 검증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조직 안정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회장 대행에 취임하자마자 황영기 전 회장 측근들을 물갈이하면서 내부 조직의 민심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편 강 행장의 은행장 임기는 내년 10월 31일에 만료되지만 조만간 행장직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차기 은행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내부 관계자는 “강정원 행장이 회장에 선출됨에 따라 국민은행장은 외부에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민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도 “낙하산 인사는 반대지만 외부의 입김을 막을 수 있는 관료 출신 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은행 경영 능력을 갖추고 공정성이 확보된 인물만이 직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