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8일 아이폰을 예약한 시민들이 공식 론칭쇼가 열리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지난 11월 28일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당시 최첨단 고성능폰인 스마트폰의 대당 가격은 100만 원 전후로 TV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을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스마트폰에 4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휴대폰 제조사들도 출고가를 낮추면서 ‘거의 공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이폰은 국내에 상륙하기 전부터 사전예약만으로 6만 5000여 대가 판매됐다. 통신업계에선 아이폰의 등장으로 올해 50만 대 수준이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내년 150만 대로 3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돌풍’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 아이폰 출시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많았고 아이팟터치 사용자들이 전화 기능이 추가된 아이폰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폰은 세계적으로 3400만 대나 팔렸으며, 특히 올해 들어 하루 8만 대씩 판매되고 있는 히트상품이다.
이런 아이폰의 공세에 삼성전자 휴대전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아틀라스리서치는 ‘12월 첫 주 동안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조사한 결과 아이폰 판매량이 4만 3200대로, 단말기 판매량의 10.2%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KT 매장에서 하루에 7200대 꼴로 팔린 셈이다. 이에 반해 SK텔레콤에서 판 옴니아2는 하루 4200대. 총 2만 9100대로 6.8%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11월 마지막 주보다 2배 이상 더 팔린 수치. 업계에선 스마트폰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미 출시한 SK텔레콤의 ‘T옴니아2’뿐만 아니라 KT의 ‘쇼옴니아’, LG텔레콤의 ‘오즈옴니아’로 통신사별 맞춤형 스마트폰 삼총사로 공세를 취할 예정이다. 옴니아2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기술을 집대성해 최고의 성능으로 만들어낸 스마트폰. 세계시장에서 300만 대, 국내에서는 16만 대 이상 팔린 옴니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갖추고 등장했다.
SK텔레콤의 T옴니아2는 옴니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고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확고한 이미지도 심었다. KT의 쇼옴니아는 무선 네트워크 활용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모바일 IPTV 개념을 도입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마케팅할 예정이다.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LG텔레콤은 오즈옴니아를 내세워 고객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일반 휴대전화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고객에게 익숙한 체제를 사용해 기존의 모바일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에게 휴대전화 가격 일부를 지원하는 보조금 경쟁도 불붙고 있다. 출고가 93만 원인 옴니아2를 SK텔레콤에서 월 4만 5000원 요금제와 2년간의 의무사용을 선택하면 18만 6000원에 살 수 있다. KT의 아이폰(3G 8GB 제품 기준) 역시 70만 원 정도지만 2년 동안 월정액 4만 5000원 조건의 상품을 가입하면 13만 2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두 제품 다 9만 5000원 월정액을 이용하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으로 싼 가격에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높은 투자비를 들여 개발한 스마트폰의 가격 하락이 달가울 리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통신업계에서는 아이폰 출시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삼성전자가 KT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삼성전자 측이 아이폰 출시와 관련해 KT의 ‘밀어주기’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 아이폰 돌풍이 스마트폰 출혈경쟁을 불러 일으켜 출고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공짜 전화’로 전락하면서 삼성전자가 여러모로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KT의 아이폰 판매와 관련해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들은 적이 없다”며 “현재 삼성전자의 쇼옴니아를 문제없이 제공받아 다음 주부터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가에선 옴니아2 선택
삼성 구겨진 자존심 살짝 폈네
▲ 애플의 아이폰(왼쪽)과 삼성의 옴니아2. | ||
기상청은 최근까지 유무선 융합 서비스용 단말기로 쓸 제품을 고민하다가 사용자 편의성 등을 고려해 옴니아2로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 폰을 지급 받으면 기상청 직원들은 사무실 내에서는 구내전화로, 밖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밖에서도 민원 전화 등에 대응할 수 있어 대민 서비스와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부 업무시스템에 접속해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상서비스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서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상청이 유무선 융합 서비스를 위한 스마트폰으로 옴니아2를 선택해 민간 판매에서 아이폰에게 밀리던 삼성전자가 체면을 지킨 셈이 됐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