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DB
감자 결정에 따라 국제종합기계의 보통주 전량을 보유해온 계열사 유니온코팅이 1350억 원 상당의 주식 전량을 무상 소각했다. 나머지 20억 원은 우선주로 국제종합기계의 자기주식이다. 유니온코팅은 지난해 10억 원의 매출과 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즉 유니온코팅으로서는 연매출의 135배에 달하는 금액을 손실로 떠안은 셈이다.
이 같은 관계사의 희생(?)을 등에 업고 그동안의 부실에서 깨끗이 해방된 국제종합기계에 이번에는 장세주 회장을 비롯해 그룹 전체가 나서서 다시 숨 불어 넣기에 나설 예정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국제종합기계는 이달 말께 61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계열사가 310억 원을 신규자금과 출자전환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300억 원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60억 원의 채권을 출자전환 방식을 통해 이 회사에 투자하며, 같은 방식으로 그룹에서 동국제강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회사인 유니온스틸도 100억 원을 출자한다는 게 동국제강 측 설명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국제종합기계의 경우 채권단에서 먼저 의지를 갖고 살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오너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부실 계열사를 안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서울 수하동 본사 페럼타워 관리업체 페럼인프라가 실시한 1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동국제강, 유니온스틸, 인터지스 3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또 그룹 내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원재료인 사파이어잉곳 제조업을 영위하는 DK아즈텍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지난 3월 20 대 1 무상 감자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6월 초 관계사인 동국제강과 인터지스를 상대로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또한 이 회사는 지난 6월 28일에도 운영자금 목적으로 계열사 DK유아이엘을 대상으로 11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8월 동국제강이 인수한 업체로 그 해 150억 원, 지난해 208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진 바 있다.
그룹 내 계열사들이 앞장서 자금 지원에 나선 앞서의 3개 회사 중 페럼인프라만 제외하고는 모두 부실 업체로 계열사의 지원 없이는 살아날 수 없는 회사였다. 이 같은 동국제강의 계열사 지원에 대해 소액투자자 반발은 물론, 잠재적 동반 부실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식 완전 소각 후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그룹 자체도 어려운 상황에서 더 어려운 계열사를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여러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그룹의 주력인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지난해 각각 2252억 원과 4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7조 7787억 원) 중 동국제강(4조 9693억 원)과 유니온스틸(1조 7800억 원) 양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7%에 이른다. 동국제강만 봤을 때도 64%나 된다.
하지만 동국제강의 경우 전방산업인 조선업과 건설업이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지난해 연단위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도 여전히 시장 상황은 어려워 올해 목표도 흑자가 아닌 손익분기점이라는 게 동국제강 측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최근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동국제강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당진, 인천 등 대규모 투자를 모두 진행해 향후 몇 년간 투자처가 없고 페럼인프라의 경우 그룹 모든 계열사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라며 “오너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계열사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장자 장선익이 지분 ‘야금야금’
동국제강 본사 전경.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장세주 회장이 1953년 생(60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나이이지만, 재계에서는 동국제강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해서도 차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 회장은 장남 선익(32)과 차남 승익 씨(17) 2남을, 장 사장은 장남 훈익(25)과 효진 씨(20)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들 4명이 지난해 취득한 지분 구도를 봤을 때 현재로선 장자인 선익 씨가 차기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촌형제 4명은 모두 균등하게 그룹 내 화물자동차운송 업체 인터지스 지분 1.75%, 페럼인프라 지분 0.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핵심 계열사인 동국제강을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선익 씨가 0.44%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승익 씨는 0.16%, 훈익 효진 씨는 0.03%를 갖고 있는 것. 특히 선익 씨는 지난해 동국제강 지분율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나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익 씨의 경영 참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 장상태 회장이 자제들의 군복무를 장교(장 회장 ROTC, 장 사장 육군사관학교)로 시키는 등 특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게 동국제강 측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장 회장님도 20년간 바닥에서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며 “선익 씨도 몇 년 전부터 미국법인 DK인터내셔널에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경영 참여는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