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 쑤다 ‘대박’ 난 본죽 김철호 사장. 김 사장은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조리하는 사람마다 맛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부터 철저한 계량화와 수치화에 힘썼다고 한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죽전문점 ‘본죽’ 1050개, 비빔밥전문점 ‘본비빔밥’ 70개, 국수전문점 ‘본국수대청’ 7개, 덮밥전문점 ‘본우리덮밥’ 3개. 현재 전국에 1130개 직영·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식 대표 프랜차이즈 본아이에프㈜는 지난 2009년 창업 6년 만에 전국 가맹 1000호점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치킨 호프집이 아닌 순수 한식 프랜차이즈로 가맹점 수가 1000호점을 넘어선 것은 본죽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철호 사장은 “전국의 모든 가맹점주들이 ‘죽 한 그릇에도 정성과 사랑, 건강을 담아 판매한다’는 브랜드 정신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그는 “음식점은 무엇보다 만드는 음식에 정성이 깃들어야만 사업의 영속성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 있어 운영자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단다. 2002년 9월 대학로에서 시작한 죽집은 일매출이 10만 원 안팎으로, 처음에는 성적표가 썩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2층이라는 점포 입지가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 창업 자금에 맞는 점포를 구하다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당시 죽이라는 아이템도 사실 무리수였다”고 털어놨다. 재래시장의 허름한 점포에서 값싼 가격에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일반인보다 환자나 노인들을 위한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건강식과 영양식으로 가치가 높은 데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
대학로 2층 82㎡(25평) 규모의 설렁탕집을 인수하고 불리한 입지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막혀 있던 창문을 통유리로 교체, 2층이지만 외부에서도 점포 안이 쉽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인테리어는 카페 풍으로 고급스럽고 아늑하게 꾸몄다. 경쟁력 있는 메뉴 개발에도 나섰다.
그는 ‘전통과 신세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전략으로 ‘전통 건강죽’ 6가지와 ‘영양 맛죽’ 7가지를 내놓았다. 양은 식사용으로도 충분하도록 넉넉하게 마련하는 대신 가격은 7000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전단지를 직접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많은 양을 뿌리는 것보다 한 장이라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정성스럽게 나눠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가까운 서울대병원에도 들러 병실을 돌며 전단지를 부착했다. 전단지 효과는 3개월이 지나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문하는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지인들까지 데리고 오는 경우도 부쩍 늘어난 것. 하루 10~20그릇에 불과했던 죽 판매량은 두 달 만에 100그릇을 훌쩍 넘어섰다. 시간이 지나자 점심 무렵에는 줄을 길게 늘어서는 풍경이 펼쳐지고,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사람들도 찾아왔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량화, 수치화하며 죽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맹점 개설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첫 가맹점은 2003년 4월, 부산 화명동에 문을 열었다. 가맹점 역시 월매출 4000만~5000만 원을 기록하며 장사가 잘 됐다. 기존 창업자의 소개를 통해 추가로 점포가 개설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었다. 가맹 1호점이 생긴 지 7개월 만에 100호점, 그로부터 5개월 만에 200호점, 7개월 뒤에는 400호점, 또 4개월 뒤(2005년 12월)에 500호점을 돌파했다.
김 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점 개설보다 운영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역시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공식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죽에 들어가는 해산물과 소스 등 식재료는 물론 쇼핑백, 포장용기 등을 표준화하고 청결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 철저한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가맹점 폐업률이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본죽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그는 2007년 제2 브랜드인 본비빔밥을 출시했다. 비빔밥 역시 초창기에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고.
“비빔밥은 남은 반찬과 음식을 한데 모아 비벼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죽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음식인데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새롭게 가치를 높여보고 싶었죠.”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82㎡(25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기 시작한 것. 이렇게 두 번째 브랜드 역시 성공을 거두면서 김 사장은 한식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방향을 굳혔다. 국수전문점 덮밥전문점 등을 이후 차례로 론칭했는데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다.
최근 론칭한 본우리덮밥은 쿡리스(전문주방장이 필요 없는 형태) 음식점으로 소자본의 생계형 창업자들을 타깃으로 출시한 것인데 15㎡(4~5평) 규모로 창업이 가능하다. 가맹사업이 직영점을 개설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거친 뒤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본우리덮밥은 현재 직영점만 세 곳 운영되고 있다.
본죽은 해외에도 진출했다. 일본 중국 미국 등에 10여 개의 점포를 잇달아 개설한 것. 해외점포는 각 민족의 특성을 약간씩 반영하고 있다. 그는 해외 사업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국내와 달리 어려움이 많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란다.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매출 535억 원을 넘었다.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2008년 8월, 경기도 용인에 8800㎡(2200여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열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김 사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로, 자랑스러운 한식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는 브랜드로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