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매수 호재 지난 6일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1705.32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 ||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는 14일 포스코와 삼성전기를 시작으로 본격 시작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이 최근 ‘1월 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는 증시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필 호재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상장사들의 올해 분기 실적 전망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1분기부터 점점 늘어나다가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에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잇달아 내놓은 ‘연말에 이은 연초 증시의 강한 랠리 지속’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우선 유가증권시장 비중의 20%를 넘고 있는 삼성전자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 원대를 향해 천천히 앞으로 전진 중이다. 주요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가는 이미 1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를 숨 가쁘게 따라잡듯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일 전날보다 1만 9000원(2.31%) 오른 84만 1000원에 마감했다. 3일 연속 사상 최고가 기록 행진을 이어간 셈. 외국인들도 지난 12월 21일 이후 10거래일 가운데 9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이처럼 연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은 사상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재고 조정으로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는 올 1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 올해 전체로도 14조~17조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는 증권사들의 호평 때문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예상치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해 5년 만에 10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4분기 잠정 매출은 역대 분기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3분기 매출액 35조 8700억 원보다도 8.7% 증가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견조한 PC 수요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과 스마트폰을 제외한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확대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연말 데스크톱 판매량이 예상외로 급증하면서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들이 PC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발표는 14일 포스코와 삼성전기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1조 5777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LG디스플레이(20일), 하이닉스·삼성전자(22일), CJ CGV·SK에너지·삼성SDI(26일), 현대차(28일), LG화학(29일), 기아차(29일)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기업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시장 대비 높은 이익 모멘텀(상승동력)이 예상되지만 밸류에이션(가치)은 시장 대비 저평가되는 기업 △지난해 4분기에 바닥을 치고 이후 높은 실적 성장세가 예상되는 기업 △최근 한 달 새 실적 전망 예상치가 상대적으로 상향 조정된 기업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유틸리티(전력 가스), 반도체, 은행업종 순으로 실적 모멘텀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높이 상향 조정된 업종은 유틸리티(전력 가스)로 17.84%나 올랐다. 지난 11월 말은 4분기 실적 성장세 둔화와 환율 하락 등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향후 기업실적과 경기전망에 보수적인 견해가 대세를 이뤘던 시기. 이 기간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틸리티에 이어 반도체(12.98%), 은행(12.96%), 기타금융(8.83%), 자동차 및 부품(7.45%) 등이 올해 이익 전망이 점점 나아졌다. 반면 운송에 대한 시각은 점점 악화됐다. 이 기간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19.81%나 감소한 것. 에너지(-18.62%)와 증권(-11.31%) 역시 연말로 갈수록 향후 전망이 나빠졌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3분기처럼 실적이 좋게 나오기 어렵고 경기 관련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모멘텀이 여전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D램 가격이 계속 올라 IT업황 역시 좋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4분기 수익둔화 우려는 두 달여간 조정을 받으면서 증시에 모두 반영됐다”며 “12월에 연말 랠리를 보인 데에는 올 1분기부터 이익이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부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최근 연초 이후 1조 원 넘게 한국 주식을 퍼 담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하다는 점에서 실적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실적 우량주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IT 종목에 대해서만 러브콜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국내 증시 주요 종목들과 지수의 경우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로 나타났다. 글로벌 우량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우량주의 주가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주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한국 증시의 PER(주가수익률)은 현재 10.8배로, 세계 주요 증시 중 러시아(9.2배) 다음으로 낮았다. 선진국 증시의 평균 PER은 14.9배로, 미국이 15.3배, 일본 21.9배, 영국 12.3배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는 또 신흥시장 평균 PER(13.3배)보다 18.8%나 저평가된 상태다. 브라질(13.6배), 중국(14.1배), 인도(17.9배) 등 러시아를 제외한 브릭스(BRIC’s) 국가의 PER 모두 한국 증시보다 높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하반기에는 출구전략 시행, ‘더블딥’(경기회복 국면에서 다시 침체) 우려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많기에 실적장세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을 펴기도 한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