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C&)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진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지난해 6월부터 공사대금 편취 혐의로 피소된 C&그룹 계열사 C&조경건설 임직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오던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혐의를 잡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C&그룹 측에서 위기에 봉착한 부실계열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돌렸다가 건실했던 몇몇 계열사들이 영업정지 사태를 맞는 등 부실화를 야기했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에서도 관련 자금 흐름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어 위기의 C&그룹에 또 다른 여파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6월, 대구지검서부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권순철)는 C&조경건설 임직원들을 상대로 횡령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C&조경건설은 C&그룹의 건설계열사들이 시공을 맡은 단지의 조경을 담당하던 곳.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 중 두 곳이 C&조경건설의 임직원들을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2월까지 C&조경건설의 임직원과 거래처 관계자 및 회사 관련 자료 조사, 계좌추적 등을 통해 공사대금 미지급 사유를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C&그룹 몰락의 진상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C&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진 것이 하나의 계열사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유입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회계자료 분석 과정에서 계열 건설사 C&우방ENC가 지난 2008년 3월 정관을 위반하고 담보확인 없이 114억 원의 자금을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했던 해운업체 C&라인에 유입시킨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C&조경건설 역시 17억여 원에 이르는 자금을 C&라인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C&라인의 회생작업은 실패했다. C&라인은 2008년 10월 전격적으로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C&라인 측은 선박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인천과 광양 등지에 있던 영업사무소를 철수하는 한편 그간 맡았던 화물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이에 앞선 2008년 2월 C&우방ENC는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간 상태였다. 당시 C&그룹은 KGI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C&우방과 C&해운이 보유한 C&우방ENC 주식 774만여 주(지분율 74%)를 모두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C&그룹 측에서는 당초 토목부문에 강한 C&우방ENC가 주택사업이 주력인 C&우방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론 중복되는 사업이 많아 예상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매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 수사결과를 토대로 당시 C&우방ENC의 매각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C&우방ENC와 C&조경건설이 C&라인에 불법적으로 수백억 원대의 공사대금과 차입금을 유입시키면서 부실화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결국 다 같이 연쇄 몰락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 2일 임병석 C&그룹 회장을 포함, C&조경건설 C&우방ENC 임직원 5명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한 행동이 아니라는 점과 C&그룹의 현재 상태와 매출액 규모를 고려했다”며 불구속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그룹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세무당국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는 것.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를 살리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하더라도 C&그룹의 자금 운용 과정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현재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정기관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C&그룹 관계자는 “현재 C&그룹이 이름만 걸려 있는 상황이지 임금이 체불돼 직원들도 나오지 않고 운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현 상태로는 정확한 답변을 해주기 힘들다”고 밝혔다.
무너진 마도로스의 꿈 C& 그룹은 어떤 회사
계열사 21개 대기업 조선 악화로 기우뚱
▲ 임병석 회장 | ||
이후 쎄븐마운틴은 공격적인 M&A(인수·합병)와 해운업 활황에 힘입어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2002년 세양선박 인수를 시작으로 우방건설 아남건설 등 굵직한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건설 시공업계에도 뛰어들었다. 당시 임 회장은 ‘M&A의 귀재’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사업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6년 말 그룹 기업이미지를 ‘씨앤’(C&)으로 통합한 C&그룹은 C&우방, C&우방ENC 등 계열사만 21개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그룹 총 매출이 1조 8000억 원에 달해 재계 순위 71위(자산 기준)에 속했을 정도다.
하지만 C&그룹은 주력으로 삼고자 했던 조선 업황이 악화되고 금융권마저 대출을 꺼리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2008년 들어서면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임 회장은 “1000억 원 정도의 자금만 끌어오면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금융권은 부실을 우려해 추가 대출을 중단했다.
조선업 진출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C&중공업은 총 60척의 선박을 수주했지만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룹 차원에서 2000억 원대의 자금을 모두 쏟아 부었지만 금융권의 지원 없이는 건조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심지어 목포조선소 시설자금 1700억여 원을 금융권으로부터 빌리지 못해 신우조선해양 등 거의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물로 내놨지만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27일 C&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3일 채권단은 C&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를 선언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