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왼쪽)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 ||
지난 1월 18일 <한국경제TV>는 ‘13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이 서울 역삼동 LG데이콤 빌딩을 방문해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과 만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올 초 데이콤과 파워콤을 흡수합병하며 유·무선을 통합한 LG텔레콤과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 수장 간의 만남은 재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국경제TV>는 ‘양측은 두 사람이 개인적 인연으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내용을 덧붙였지만 업계에선 LG텔레콤과 신한카드의 사업 연대 강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지분 49%를 인수해 카드사업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KT의 비씨(BC)카드 지분 인수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의 카드사업 진출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통신 계열 3사 통합으로 몸집을 불린 LG텔레콤 역시 KT-SK텔레콤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6일 통합LG텔레콤 대표이사 취임식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LG텔레콤은 (통신시장) 3위의 굴레를 벗어나 시장의 변화를 꿰뚫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태풍의 눈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은 “탈 통신을 통해 기존의 통신이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통신 장르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탈 통신 선언’을 곁들였다.
신한카드 역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까닭에서다. 이재우 사장은 지난해 10월 LG카드와의 통합법인 출범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복합상품 외에도 이동통신 여행 등 이종업종과 제휴를 강화해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철 부회장과 이재우 사장의 만남에 관심을 기울이는 재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SK텔레콤-하나카드, KT-BC카드 조합에 맞설 LG텔레콤-신한카드 간의 지분 교류 가능성까지 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측은 “이 부회장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떠나 있다 복귀했기 때문에 인사차 여러 지인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재우 사장도 그런 차원에서 만난 것일 뿐”이라 밝혔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01년 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KT 사장을 지낸 뒤 제8대 정보통신부 장관(2002년 7월~2003년 2월)을 거쳐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광운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사업 제휴 가능성에 대해서도 LG텔레콤 관계자는 “신한카드와는 LG텔레콤뿐만 아니라 SK텔레콤 KT도 멤버십 카드 발행 같은 사업 제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측도 “신년 인사 차원에서 만난 것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현재의 신한카드가 LG카드와의 통합으로 재탄생된 조직인 만큼 LG그룹에서 법인카드로 신한카드를 많이 쓰고 있는 데다 이 부회장이 통합 LG텔레콤 대표이사로 취임한 만큼 인사 차원에서 만난 자리였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항간에 나도는 것처럼) 지분 교류 같은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LG텔레콤과 신한카드 양측은 업계의 관측에 대해 “황당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LG텔레콤과 신한카드의 파트너십 강화 가능성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경영난에 있던 LG카드를 인수해 카드업계 부동의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2004년 3월부터 1년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에 지난 연말 LG 측의 이 부회장 영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LG텔레콤과 신한카드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상철-이재우의 ‘윗선’인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업제휴 의지까지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에 철저히 밀리면서 한때 LG그룹 내에선 이동통신 사업 철수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구 회장은 결국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합병을 통한 통합 LG텔레콤 출범 카드를 뽑아들었다. SK텔레콤-KT 양강 체제를 허물기 위해 이상철 전 장관을 새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구 회장에게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와의 합종연횡은 충분히 눈독을 들일 만한 카드인 셈이다.
한편 라응찬 회장은 올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조흥은행 LG카드 등 대형매물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라 회장이 연임을 원할 경우 특별한 결격사유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최근 정부가 금융권 CEO의 ‘장기집권’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라 회장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통한 비전 제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점인 셈이다.
최근 통신-카드 업계엔 LG텔레콤을 비롯해 SK텔레콤과 KT 그리고 대형 카드사들 간의 사업 연대 혹은 지분 교류 관련 소문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확인된 이상철-이재우 두 사람의 만남 외에도 통신재벌들 고위층과 카드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들 수뇌부 간의 회동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서로의 동향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LG텔레콤 측이 아무리 “사적인 자리”였다 말해도 이상철 부회장과 이재우 사장의 회동은 수많은 관측을 낳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동통신업계 3위 LG텔레콤과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파트너십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그리고 이들의 합종연횡이 SK텔레콤-KT 양강 구도를 허물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