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자가 찾은 심 군의 용인 집. 아들의 범행 사실에 충격을 받은 심 군의 부모는 기자들을 피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시신을 모텔 밖으로 옮길 방도를 궁리하던 심 군은 8일 오후 9시경부터 모텔 화장실에서 김 양의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공업용 커터칼로 살점을 도려내 여러 차례에 걸쳐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하루가 지나 오후 1시쯤 심 군은 30여 개로 나뉜 뼈와 남은 살점을 대형 마트에서 사온 대용량 검은 비닐봉투에 담았다. 술 한 잔 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 16시간에 걸쳐 벌인 극악 범행이었다. 비닐봉투를 들고 모텔을 빠져나온 심 군은 바로 택시를 타고 경기 용인시 이동면의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심 군은 시체를 담은 비닐봉투를 본채 옆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의 장롱 속에 감췄다. 그로부터 10시간이 되지 않아 심 군은 경찰에 자수했다. 심 군은 “김 씨의 행방을 찾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친구 최 씨가 자수를 권해 자백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이후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심 군의 범행과정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공개됐다. 심 군은 김 양의 토막 난 일부 시신을 장롱 속에 감춘 직후인 9일 오후 3시 23분 자신의 SNS를 통해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중략)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심지어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라고 적어 숨진 김 양을 조롱하는 듯한 어조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피해자 김 양의 시신을 훼손하던 중 시신을 촬영한 끔찍한 사진을 먼저 모텔 방을 나간 친구 최 군에게 전송하며 “작업 중이다” “지금 피를 뽑고 있다” “여긴 지옥이다” 등의 문자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심 군의 현장검증 모습. KBS뉴스 캡처.
이어 주민들은 심 군이 그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데는 부모의 영향이 컸을 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앞서의 주민 P 씨는 “지난해 9월쯤 심 군의 가족이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집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심 군의 아버지 역시 심 군과 마찬가지로 말이 없으면서 행동이 조금 특이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심 군이 아버지 앞에만 있으면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귀띔했다. 심 군의 아버지는 동네 주민들과도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P 씨는 “이웃집과 소음 등으로 다툼도 여러 번 했다. 이웃 남자가 심 군 아버지를 살짝 밀기만 했는데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말대로라면 심 군이 이런 강력 범죄를 일으킨 데는 가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기자는 심 군의 부모를 만나보기 위해 지난 11일 심 군의 용인 집을 찾았지만, 집에는 인기척이 없이 조용했다. 심 군의 부모는 아들의 범행 사실에 충격을 받고, 찾아오는 기자들을 피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집에는 심 군의 할머니만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 군이 김 양을 살해한 용인의 모텔.
한편 일각에서는 심 군의 잔인한 살인이 장기밀매나 인육 유통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 20살입니다. 그 전부터 이쪽 세상 알아왔고, 저보다 어린 엘리트들도 많이 봤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심 군이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한 결과 나오는 글이다. 지난 3월 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익명 게시판에 “콩팥 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심 군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심 군의 휴대폰 번호와 함께 댓글을 남긴 것. 이 때문에 심 군이 시체 훼손을 한 진짜 목적은 범행 사실 은폐가 아니라 장기밀매와 인육 유통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용인살인사건을 너무 확대·비약해서 바라보는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심 군이 올린 댓글은 현재 해당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로 검색 결과리스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 전체 내용 파악은 어려운 상태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일부 댓글만 가지고 심 군이 정말 장기밀매에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10대의 치기어린 장난인지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느냐”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 또한 “인터넷에서 본 해부학의 기초 내용만을 가지고 어떻게 10대가 공업용 커터칼 하나로 정교하게 장기를 꺼낼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용인동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심 군이 장기매매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확인된 바가 없다. 억측을 삼가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