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개의 적자회사를 살려내 일본에서 ‘기업회생의 달인’으로 불리는 하세가와 가즈히로(長谷川和廣)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0년 5000억 원의 적자를 끌어안고 있던 ㈜니콘에시롤 대표이사를 맡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일본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 그가 최근 <사장의 노트>(서울문화사)를 펴냈다. 27세부터 40년 동안 그가 써 온 ‘아이디어 노트’ 200여 권 중에서 즉시 실천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142가지의 키워드를 공개한 것이다. 상시 구조조정의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직장인들을 위해 책 속 142개의 키워드 중에서 ‘비즈니스 생존 습관 12가지’를 뽑아봤다.
①패배의 연쇄고리에서 빠져나오려면 복도 한가운데를 걸어보라
내가 니콘에시롤 재건에 성공을 거뒀을 무렵, 같은 빌딩에서 근무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자회사 사원들은 복도 가장자리를 걷고 있었다. 패배의 연쇄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약은 성공체험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 작은 성공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마음을 굳게 먹고 성공한 사람이나 실적이 좋은 회사의 흉내를 내보는 것이 좋다. 눈치를 보며 힘없이 복도 가장자리를 걷는 행동은 당장 집어치우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해본다. 그것만으로도 전향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②신용은 사채와 같아서 마감일이 늦어지면 그만큼 이자가 불어난다
당신이 만약 일지를 제출하거나 경비 정산 등을 기일보다 늦게 처리하는 타입이라면 즉시 개선하라. 신용을 잃는 것은 치명적이다. 신용이 없는 직원에게는 아무 일을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맡지 못한다는 것은 신용을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큰 실패를 맛본 직원보다 더 무거운 핸디캡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③기획서는 A4용지 한 장으로 충분하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꽤 멋진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굳이 종이 한 장으로 기획안을 제출하게 한다. 기획 취지를 한 장의 종이로 정리할 수 없는 사원에게는 일을 맡겨도 제대로 처리하는 경우가 드물다. 좋은 기획서에는 다음 6가지 요소가 명시돼 있어야 한다. △문제점 열거 △문제점들에 대한 정보 분석 △가장 중요한 문제점 제시 △문제해결을 위한 목표 설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④문제 발생 보고 때는 반드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라
단순히 상황만을 보고하러 온 사원을 담당 상사가 큰소리로 꾸짖는 것을 보고 깨달은 말이다. 예를 들어 ‘A 사가 도산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하자. 이때 단순히 상사에게 도산했다는 사실만 보고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이어야 한다. “오후에 상품을 반입할 예정입니다. 지금 즉시 중지시키고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하라고 할까요?”
⑤무능한 상사와의 정면충돌은 피하라
조직에서 생활하다 보면 때로는 무능한 상사의 터무니없는 지시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상사에게 휩쓸려 패배그룹으로 전락하는 유능한 사원도 많다. 이럴 경우 표면적으로 따르는 척 행동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확실하게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 만약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상사에게 반항했다는 사실밖에 남지 않는다.
⑥아마추어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프로는 문제를 단순하게 만든다
문제점을 단순하게 만들면 현장의 혼란이 줄어든다. 여기에는 각 개인의 결단이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경비절감만 강조하면 택시를 이용하는 습관을 줄이고 직원 스스로 차선책을 생각한다. 반면 아마추어 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3㎞ 이내는 택시를 이용하지 말게, 한 시간에 전철이 두 번밖에 오지 않는 경우에는 이용해도 좋아.” 부하직원들 입장에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⑦‘맡기되 맡기지 않는 것처럼’이야말로 부하직원을 다루는 비결이다
일처리가 늦은 부하직원에게 화를 내면서 일을 빼앗아 자기가 처리하는 상사는 최악이다. 이런 행동은 △부하직원의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 △부하직원의 의욕이 떨어지는 데다 상사에게 악감정을 품게 되고 △부하직원의 일 때문에 상사의 일도 늦어져 부서 전체의 능률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부하직원의 업무를 파악하고 정상에 앉아 그 진척 상황을 체크, 수훈은 부하에게 돌리고 실패는 자신이 책임져라.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이익에 대한 발상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는 공무원 타입의 비즈니스맨이 뜻밖에도 너무 많이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그런 타입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특히 적자회사의 사원에게 기획안을 제출하라고 하면 절반 이상이 이익에 관한 내용이 결여돼 있다. ‘이익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이 일에서의 기본이다.
⑨영업의 달인은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준다
나는 처음 가보는 음식점에서도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곳에서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없다. 단 한 가지, 무슨 부탁을 할 때 ‘점원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이외에는. 사람은 단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손님과 점원의 관계에서 한 걸음 더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영업사원일수록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조차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인 관계만으로 상품을 팔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녹록지 않다.
⑩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할수록 영업실적은 떨어진다
“사람과 대화할 때는 눈을 보라.”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영업에 있어서만큼은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데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하면 진지함과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나는 상대방의 코 아래, 인중이라고 불리는 부분에 시선을 맞추고, 핵심을 얘기할 때만 부드럽게 눈을 맞추는 방식을 이용한다.
⑪상품의 열 가지 장점을 말하기보다 가장 큰 장점을 하나로 압축하라
적자기업의 회생을 도울 때, 영업 현장에 가보면 세일즈맨이 어떻게든 상품을 팔아보려고 이런저런 장점만 늘어놓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이런 화법은 오히려 상품의 매력을 잃게 만든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것은 정말 독특한 장점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비즈니스맨은,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⑫적장을 쓰러뜨리고 싶으면 먼저 말을 쓰러뜨려라
평범한 비즈니스맨이 최종결정권자인 사장이나 임원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럴 때는 차선책으로 결정권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접촉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 포인트는 조직도다. 아무런 단서도 없는 경우에는 임원 밑의 부장,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그 아래의 과장 등 직속 부하와 접촉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자주 드나들다 보면 숨겨진 라인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결정권자에게 불려 다니는 사람, 어떤 테마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불려가서 의견 제시를 요구받는 사람, 이들이 어둠 속의 결정권자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