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 |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1×-×00에 위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자택은 562㎡(약 170평) 대지에 세워진 2층 주택으로 건물 연면적은 544㎡(약 165평)에 이른다. 자택 바로 옆에 위치한 주차용도 부지(한남동 1×-×59와 1×-×79)도 박 회장의 명의다. 등기부에 따르면 394㎡(약 119평) 토지 위에 연면적 338.45㎡(약 103평)의 단층 건물이 지어져 있다. 박 명예회장 자택과 관련한 부동산 평가액은 100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일요신문> 922호 참조).
이 부동산이 가압류된 것은 지난 2월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등기부에 등장하는 채권자는 ㈜팬지아데카. 박 명예회장의 자택 등에 붙은 청구금액은 총 50억 원이다.
팬지아데카는 지난 2006년 국내에서 4000억 원을 차용해 대우건설 주식 5.6%를 5000억 원에 매입한 미국계 사모펀드회사다. 미래에셋파트너스3호PE(6.85%)에 이어 풋백옵션채권 규모가 FI 중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금호그룹은 오너 일가가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의 담보권을 채권단에 넘기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박 명예회장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로 FI들에게 ‘집’이 잡힌 것이다.
지난 2월 3일까지만 해도 17개 대우건설 FI들의 상당수는 산업은행이 제안한 풋백옵션 해결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산은은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1주당 1만 8000원 선에서 매입하고 나머지 투자금과 이자의 50%를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홍콩·미국계 등 일부 외국계 FI들은 산은의 매입안에 반대하며 채권단에 △원금과 이자 구분 없이 채권단과 동등한 채무 재조정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원상복구 △금호산업 보유 대우건설 주식과 대우건설 보유 대한통운 주식 맞교환 등을 요구했다.
산은은 이를 거절하는 대신 이자에 대한 출자전환 비율을 50%에서 70% 수준까지 높여주겠다는 안을 내놨다. 또 향후 발생하는 추가이익을 FI들에게 나누겠다고 제안했다. 워크아웃이 성공하면 추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국내 FI들은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정안을 거부했던 FI들이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대우건설 재매각 문제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 박삼구 회장의 자택.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 국내 FI들의 경우 대부분 산은의 안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만큼 당장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작업 착수에 무리는 없다고 한다. 75% 이상의 FI 동의만 얻으면 워크아웃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FI가 훗날 워크아웃 시행 도중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단 측은 100%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팬지아데카의 동의가 없으면 금호그룹 자금유입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팬지아데카 측에서 전격적으로 박 명예회장 집에 가압류를 설정한 것은 산은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위협인 동시에 박 명예회장 측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조합의 반발도 금호그룹이 구조조정으로 가는 길에 남은 장벽으로 작용할 분위기다. 지난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지회장 고광석)는 채권단이 제시한 인력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채권단이 요구한 노조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서명을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사측에 △1377명 구조조정 △기본급 20% 삭감 △복리후생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쟁의결의와 쟁의대책위원회 구성을 마쳤으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측과 채권단에 대한 투쟁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호산업은 노조의 동의서가 제출돼 순차적으로 28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