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욱 부사장, 권오철 전무, 김민철 전무, 최진석 부사장. | ||
애초 채권단이 사장 교체를 발표한 직후 하이닉스반도체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외부에서 인사가 임명되리라는 예측이 강했다. 2002년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채권단 관리 이후 8년여 동안 외환은행 출신 우의제 전 사장,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종갑 현 사장 등 외부 인사들이 사장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때는 청와대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의 구체적인 이름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채권단은 ‘내부를 잘 아는 인사’로 차기 사장 선임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는 현재 하이닉스의 최대 현안인 매각작업 때문이라는 분석과 매각 성사에 따른 사장의 경영권 보장 여부가 맞물려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외부 인사는 피하자는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18일 채권단은 그간 하마평이 무성하던 내부인사 중 4명으로 후보를 압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차기 CEO(최고경영자)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박성욱 부사장(52)이다. 울산대학교 재료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대학원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 박 부사장은 하이닉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84년 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산업 반도체연구소로 입사한 박 부사장은 2002년까지 미국 생산법인에서 엔지니어링을 총괄했고 2003년 이후부터는 본사에서 메모리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현 포항동지고) 후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박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전문성이 뛰어나고 현장 실무 경험이 다양하다는 점과 정통 ‘하이닉스맨’으로 내부 사정에 그만큼 밝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종합적인 경영을 맡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사업 및 제조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삼성전자 출신 최진석 부사장(52)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경북대학교 금속공학과를 나온 최 부사장은 1995년 삼성전자 기술개발부 수석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하이닉스로 몸을 옮겨 메모리 분야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사장의 경우 얼마 전 반도체 장비회사인 AMK코리아의 기술정보 유출사건이 사장 선임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3일 서울동부지검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을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로 AMK 직원 및 하이닉스 제조담당 임원 등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관계가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사건의 발단이 됐던 제조분야 총책을 맡고 있는 최 부사장을 선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해석이다. 또 채권단이 내부를 잘 아는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하이닉스에 몸을 담은 지 5년여밖에 되지 않은 최 부사장은 후보군 중에서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채권단이 이번 인선작업의 기본 원칙으로 거론한 ‘하이닉스를 잘 아는 인사’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히는 이는 권오철 중국우시법인장(전무·52)이다. 권 전무는 계경고등학교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해 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전략기획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처럼 내부에서 다방면의 경험을 쌓은 부분과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을 넘나들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거론된다.
권 전무의 경우 김종갑 사장 시절 외부로 떠나 있었다는 점과 제조부문을 겪어보지 못한 인문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채권단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직면한 최대 현안인 매각작업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략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권 전무가 최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전략분야 전문가 관점으로 봤을 때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은 김민철 재경실장(전무·56)이다. 연세대학교를 거쳐 미국 유타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수료한 김 전무는 1986년 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로 입사해 구매실장, 재경실장 등 재무관리 경영을 두루 거친 ‘재무통’이다. 김 전무는 지난해 하이닉스의 위기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텁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제조부문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처럼 2명의 엔지니어 출신과 2명의 재무 출신 임원으로 나뉜 후보들을 두고 채권단은 최종 선택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들 후보를 상대로 25일까지 면접을 거쳐 새로운 CEO를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효성 하이닉스 인수 재추진설 막후
‘MB가 원하는데…’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효성이 인수 포기를 선언한 후 1월 말 매각 작업이 진행됐지만 마감시한을 2주나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수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LG GS 한화 등도 모두 ‘NO’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증권가에서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재기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점적인 내용은 이전에도 제기됐던 정부와 효성의 물밑 교감설이다.
애초에 효성이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작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현 정권의 요청에 의해서였다는 해석이 주류였다. 이번 증권가에서 제기된 설 역시 현 정권에서 D램 메모리 세계 2위 기업인 하이닉스를 해외 기업에 내줄 경우 쌍용차 사태처럼 기술만 먹고 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에서 나서주길 여전히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효성 측에서는 이 같은 재추진설을 “절대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윤보성 효성 상무는 지난 2월 11일 기업설명회 과정에서 “작년 11월에 철회하고 나서 이제야 주식 등 기업세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수 추진설은 전혀 근거도 없고 재추진을 검토한 적조차 없다”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