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 금융당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자료가 확보될 경우 이 회장의 범죄액은 늘어날 수 있다. 이 회장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재산 국외도피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 회장의 미술품 구입 관련 의혹 등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부분도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술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조세포탈했다는 의혹은 이 회장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히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2001년에서 2008년 사이 1400여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술품 구입대금을 비싸게 지불하고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여·60)의 탈세 혐의와 관련 있는 수사자료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원곤)에 참고자료로 넘겼다. 금융조세조사2부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대기업들과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누락하고 회계장부를 부실 기재하는 방식으로 법인세 32억여 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수사해왔다.
검찰은 사법공조를 요청한 해외자료와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개설하는데 협조한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금융감독원 특별검사 결과를 넘겨받는 대로 관련자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국내 유명 은행과 증권사에 수백 개에 달하는 차명계좌를 개설하는데 금융기관의 협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지난 5월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의뢰했다. 또 이 회장이 국내외 비자금을 이용해 CJ그룹 계열사 주가를 조작한 의혹에 대해 금감원 조사 이후 추가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J그룹 본사와 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정치후원금 명단이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의 비자금과 정치권과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단서가 발견될 경우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주변에서는 “최근 국정원 사건 수사 등으로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검찰이 이번 CJ그룹 수사에서도 정치권을 압박할 경우 ‘검찰개혁 요구’라는 부메랑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일단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승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