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부터 사전예약이 시작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조감도. 위 작은 사진은 사전예약 블록 A-13, A-16 배치도. | ||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렸던 사람들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지난해 10월 공급된 강남 세곡, 서초 우면 등 강남권 보금자리 시범단지 분양가(3.3㎡당 평균 1150만 원)보다 높고 2007년 정부가 내놓았던 위례신도시(당시 송파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예상 분양가(3.3㎡당 900만 원대)보다도 비싸다는 것이다. 대체 왜 이 같은 분양가 논란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위례신도시 분양가 너무 높아요. 줄곧 1평(3.3㎡)당 900만 원대로 분양한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1280만 원이라뇨. 정부에 우롱당한 거 같아 화가 납니다.”
“지금 아파트 시세는 오를 대로 오른 가격입니다. 호가중심의 허수예요. 그런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35% 싸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요. 그런데도 10년간 전매제한에 5년 의무거주를 하라뇨. 안하고 맙니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추정분양가가 발표된 이후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카페 보금자리주택 게시판에는 위례신도시 분양가가 서민들이 들어가기엔 너무 비싸다는 주장의 글이 대부분이다. 이런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전용면적 60~85㎡형의 경우 3.3㎡당 추정분양가는 1280만 원이다. 그런데 주변 지역인 송파구 문정동·가락동의 아파트 매매가를 보면 3.3㎡당 1500만~1600만 원인 아파트도 흔하다. 예컨대 문정동에서 1월 거래된 문정푸르지오 전용 85㎡형의 실거래가는 4억 8250만 원이다. 3.3㎡당 1507만 원인 것이다.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1월 송파구 문정동 전체 아파트 가운데 85㎡형은 6개 단지에서 모두 10건 거래됐다. 이중 6건이 5억 원대였다. 3.3㎡당 1800만 원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KB시세’를 기준으로 해도 문정동 13개 단지의 평균 시세는 1579만 원이며,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을 제외한 가락동의 25개 단지의 평균도 1635만 원이다. 이렇게 보면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추정분양가는 정부 말처럼 주변 매매가의 62~65%가 아니라 70~80%에서 결정된 셈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분양에서 주변 시세와 비교해 30% 더 싸냐, 그보다는 덜 싸냐는 건 향후 시세차익을 얼마나 더 낼 수 있느냐를 좌우하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하지만 당장 민감한 문제가 걸린다. 전매금지 기간과 관련이 있는 것. 따라서 주변시세 기준을 어디로 어떻게 잡고, 분양가를 어떻게 책정할지는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70% 미만이면 10년간 전매제한을 적용하고, 70% 이상이라면 7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그런데 정부가 적용하고 있는 주변시세 기준은 사실 모호한 구석이 많다. 이번에 정부가 추정분양가와 주변시세 기준대비 가격 인하폭을 밝히면서 적용한 기준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변시세 기준을 주변의 몇몇 ‘대표 아파트’를 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이번에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기준으로 삼은 주변시세는 송파구 문정동·가락동·장지동의 국민은행 KB시세(장지동의 경우 ‘부동산114’ 시세)다. 이곳에서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매매가 중에서도 오래됐거나 단지규모가 작은 곳을 제외하고 시세 기준을 잡았다. 예를 들어 문정동은 훼밀리아파트 문정래미안 등 해당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네 곳이 기준이 됐다. 이러다 보니 전체 평균보다 비싼 것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 신도시개발과 나진항 사무관은 “낡고 가구수가 적은 단지가 제외되면서 기준치가 전체 평균보다 다소 높아졌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주변시세 기준은 내년 6월 본 청약 때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토부 기획총괄과 이영근 사무관은 “이번에 발표한 분양가 및 주변시세 기준은 추정치로, 본 청약 때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분양가 및 주변시세 대비 하락폭 산정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본 청약 때 분양가와 주변시세 기준은 사전예약 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산정된다. 모두 분양가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주변시세 기준은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정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지구 주택 전매제한 시행지침’을 기본적인 틀로 삼는다. 이 지침에 따르면 주변지역 기준은 해당 사업지가 속한 시·군·구 내 유사한 생활환경을 지닌 곳이다. 유사한 생활환경을 지닌 지역을 선정하기 어렵다면 인접한 시·군·구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매매가 기준은 사전예약 때처럼 KB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매년 1월 기준으로 발표하는 아파트 공시가격이다. 보통 공시가격이 시세에 비해 낮기 때문에 정부는 한국감정원이 내놓는 감정가와 통계청 승인 아파트 가격상승률(KB시세지수)을 감안해 주변시세를 최종 결정한다. 결국 사전예약 때 결정됐던 분양가와 전매제한 기간 등은 변수가 많아 아직 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내년 6월까지 주변 시세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집값이 많이 떨어지면 전매제한 기간이 7년이 되고 오르면 10년이 될 전망이다. 나진항 사무관은 “현재까지 진행된 보금자리주택 분양에서 분양가와 주변시세 기준은 확정된 게 아니라 본 청약 때 다시 산정한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와 주변시세 기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지역이 그린벨트다 보니 주변시세 기준을 잡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에서다. 이영근 사무관은 “그린벨트를 풀어 짓다 보니 보금자리주택 주변 지역이 산인 곳도 많다”면서 “해당 시·군·구뿐 아니라 인접 시·군·구에서도 대표 아파트를 선정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는 특히 서울·성남·하남이 동시에 포함된 신도시인 만큼 주변시세 기준을 잡기가 더 모호하다. 내년에 전용 85㎡ 초과 아파트를 분양할 때 주변시세의 80%까지 채권입찰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주변시세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청약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위례신도시에 한정해 일반분양 이전에 주변시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7월께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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