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여 동안 꾸준한 장학활동을 해오던 은정진흥원이 최근 다시금 장학후원회를 발족한 것은 보다 수월한 장학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재계의 후원을 통해 장학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에서 조기송 전 강원랜드 사장을 상임고문으로 선임하는 등 재계 인사들을 내부 운영진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16일 행사에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조계종 내부 사정에 밝은 A 씨는 “그날 자승 스님과 홍 전 관장이 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 이재용 부사장도 동석했다. 후원회비도 꽤 많이 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은정진흥원 관계자는 “홍 전 관장 등 삼성 측 인사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후원금도 낸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점심은 (자승 스님과 홍 전 관장 모자가) 함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보통 그런 경우 개인 차원의 활동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후원금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근 홍 전 관장이 조계종에 특별한 친근감을 보이는 것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홍 전 관장이 지난 3월 초 조계종 소속 법정 스님의 병원비 6400만여 원을 대납해 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사실 홍 전 관장의 종교가 원불교이기 때문에 이전까지 조계종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관심이 쏠릴 만도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홍 전 관장의 행보를 지난 연말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과 관련짓기도 한다. 이미 재계에는 자승 스님이 지난해 12월 15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이 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홍 전 관장이 최근 조계종에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한편 당일 홍 전 관장이 아들 이재용 부사장을 대동했다는 말도 흥미롭다. 그간 홍 전 관장이 특정 모임에 참석할 때 이 부사장을 대동한 적이 드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이것 역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종교에 영향력을 지닌 인사를 소개해주려는 의도 같다”고 분석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