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5년 8개월간의 해외도피를 끝내고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 회장. 김 전 회장의 미납 추징금은 17조 원대로 이번 공매가 성사돼도 턱없이 부족하다. | ||
하지만 지난 2월 17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공매에서도 압류된 김 전 회장의 주식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경제 불황 속에서 공매가 유찰된 데 이어 3번째다. 이에 검찰은 최근 열띤 내부 논의를 거쳐 공매 처분을 의뢰했던 주식 중 가장 규모가 큰 베스트리드리미티드(옛 대우개발) 주식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이번에 공개 매각 작업을 추진한 김우중 전 회장의 비상장 주식은 지난 2008년 마무리된 김 전 회장의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압류된 재산이다.
지난 2005년 검찰은 대우그룹 구명 로비 등 김 전 회장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999년 당시 김 전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DJ) 측근인 조풍언 씨에게 4430만 달러(당시 환율로 526억여 원)를 보내 DJ 3남 김홍걸 씨 등 정부 최고위층 등에게 로비를 시도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쥐고 있던 조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중단해야 했다.
그러던 중 2008년 3월 조 씨가 귀국하면서 수사는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공적자금 환수를 회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인 필코리아리미티드 명의로 소유했던 시가 1100억 원대의 주식 776만 주를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로 양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반출했던 주식을 차례로 발견한 검찰은 이를 모두 자진 헌납 받아 압수 조치하고 김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렇게 확보한 주식을 지난해에 이어 최근 캠코에 의뢰해 공매를 실시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4일 “캠코에 의뢰해 압류 재산 4건에 대한 공매를 실시했지만 모두 무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한 차례에 걸쳐 매각 작업이 무산된 후 이로써 3번째 유찰이다.
이번에 공매가 진행된 주식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베스트리드리미티드가 2085억 5600만여 원(감정평가액)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그 뒤를 이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20억여 원, 한국경제신문 주식 92억여 원, 대우경제연구소 주식 6억 6000만여 원으로 총 2318억여 원에 이른다.
주식 매각 작업이 불발되자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지난 3월 초 캠코 실무자들과 함께 압류된 김 전 회장의 주식 공매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검찰과 캠코 측은 4회차 공매에 들어갈 경우 낙찰될 가능성과 앞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캠코 측에서는 “4회차 공매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낙찰 가능성이 50% 정도밖에 안 된다”며 “보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난감한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류 결정을 내릴 경우 주식자산을 재감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캠코 측은 공식적으로 “한국감정원에 넘겨 재감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 측에서도 “주식감정 업무가 복잡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계약을 해서 수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히 얼마가 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입찰을 진행하는 것도 무리다. 현재 김 전 회장의 주식 공매를 계속할 경우 4회차에 이른 상태이기 때문에 주식을 감정가 대비 무려 40%까지 차감시켜 입찰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3차 입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베스트리드리미티드의 경우 최초 감정가격 2085억 5600만 원에서 30%(625억 6680만여 원)가 차감된 최저입찰가 1459억 8959만여 원에 공매에 들어갔지만 유찰됐다. 4회차 공매를 실시할 경우 회차마다 감정가의 10%씩 차감되기 때문에 감정가에서 40%(834억2240만 원)를 뺀 1251억 3360만 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논의를 거듭하던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일부는 ‘보류’, 일부는 ‘진행’한다”는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은 가장 규모가 큰 베스트리드리미티드 주식은 공매를 일시중지하고 나머지 주식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입찰을 진행해 달라고 캠코에 통보한 상태다.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찰이 진행 중인 주식들 역시 낙찰될 가능성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캠코 측은 “현 상태로 봐서는 4회차 공매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주식이 매각될 가능성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캠코 관계자는 “현재 몇몇 업체들에게 김 전 회장의 주식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입찰에 응한 기업은 없다”며 “경기 상황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매와 더불어 최근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 전 회장의 재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재기에 성공한다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이번 주식 공매 작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미 김 전 회장의 것도 아니고 검찰에서 압류한 주식인데 그가 재기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