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에 힘입어 2개월여 만에 1700선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
4월증시를 밝게 보는 낙관론자들은 지난 1분기(1∼3월) △중국의 긴축조치 △미국의 은행규제 및 재할인율 인상 △남유럽발 재정위기 △국내 경기의 회복속도 둔화 등과 같은 네 가지 대형 악재가 부각됐지만 글로벌 증시는 선전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MSCI)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뿐만 아니라 신흥국 지수도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헝가리 터키 그리스 인도네시아 등은 3월 한 달간 지수 상승률이 10%대를 넘었다. 코스피지수 역시 지난달에만 6.5% 상승, 글로벌 증시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여기에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세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의 대장주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의 실적호전은 증시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외국인들의 3월 유가증권시장 순매수는 5조 3161억 원을 기록했다. 4월에도 일평균 3000억 원 이상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인 1718을 기록했던 지난해 9월(4조 8793억 원)보다 많다. 일별로 보면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외국인은 지난 3월 11일 하루를 제외하면 3월 내내 순매수 행진을 했다. 월간 순매수는 20일로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피지수가 2월 말 1594에서 1700선으로 올라선 데에도 외국인이 일등공신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는 이유로 글로벌 경기회복과 유동성 증가를 꼽고 있다. 불안 요인이 상존해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는 회복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국내 기업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대규모 기업공개(IPO) 이슈가 있는 금융업종을 제외하고 시가총액이 큰 업종 내 대표 종목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에서 1분기는 물론 2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크고 대내외적 악재가 희석되고 있어 외국인 매수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지수가 계단식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과 ‘쌍끌이’를 이루는 것은 대장주들의 실적호전이다. 현재 주요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00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비중이 20%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호전된 실적을 바탕으로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85만 원선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강세 흐름에 하이닉스도 ‘52주 신고가’(최근 1년간 최고 주가)를 경신하며 반도체 관련주의 동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반도체 설비, 제조 관련주들은 3월 한 달에만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하는 모습도 보였다.
KTB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관들 중 가장 높은 4조 6000억 원(시장 평균은 4조 원 내외)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로는 884%나 늘어난 규모다. KTB투자증권은 그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장기적인 상승 모멘텀(상승동력) 부재가 꾸준히 지적된 휴대전화부문도 출하량과 가격 하락이 없어 영업이익률 11%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전망에 동조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에서 반도체부문의 높은 영업이익률 덕분에 오는 3분기(7∼9월)까지 분기 실적이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한목소리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점치면서 시장에서는 지난해 국내 증시를 이끌던 삼성전자가 또다시 대장주 역할을 하며 코스피지수를 견인할 수 있을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주도 실적과 수급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상장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기아차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가 오른 것은 시장 전반이 좋아서가 아니라 IT와 자동차주가 올랐기 때문”이라며 “IT·자동차주의 주도로 지수가 175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최재식 시장전략팀장은 “한국과 미국의 1분기 기업 실적 호조와 글로벌 증시와의 키 맞추기 기대,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 완화, 미 증시의 변동성 안정과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자산 선호 등은 국내증시의 전고점 돌파 시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을 넘는다고 해도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될 가능성이 큰 반면, 기업 영업실적의 확대 같은 기초 여건의 호조를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설 경우 주식형펀드 환매로 출회될 매도 물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코스피지수 1700선이 이번에도 고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위기 등의 대외 악재가 잦아들고는 있으나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경기 회복이나 기업 영업실적 증가가 증시의 상승 속도를 더 빠르게 할 만큼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며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그동안 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뤄진 데다 코스피지수 1700∼1900선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주식형펀드 매도 물량이 최대 21조 원어치에 이른다.
유승민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금의 변화를 토대로 산출한 개인투자자 심리지표가 최근 하락 기조를 나타내며 증시가 단기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반등 과정에서 투기성 자금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모습일 수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어닝 시즌과 외국인 매수세의 추가 유입이 4월 증시 상승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전고점 부근에 다가갈수록 외국인 선호주나 실적 호전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슬림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