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확대 재편된 수사본부 사무실 분위기는 같은 날 아침 신문에 굵은 제목으로 보도된 ‘타살 의혹 증폭’ ‘전면 재수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장관님 자리는 이쪽으로 하고 정무수석님은 여기, 보좌관님 자리는 여기로 하지. 저 책상 위에 박스들은 뭐야.”
“캐비닛이 도착하면 모두 넣어 둘 겁니다.”
“그래, 그런 거는 깨끗이 치우고 상황보고판은 준비됐나.” 분주하게 사무실 내부에 시선을 돌리던 김용판 대구 달서경찰서장은 그제서야 몇몇 기자들이 눈에 띄자 한마디 덧붙였다.
“수사 보안의 문제도 있고 하니 기자분들은 가능하면 수사본부 사무실 출입을 자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안하지만 다들 나가 주십시오.”
사실 ‘장관님’ 순시에 대한 준비는 기자들의 시선이 비껴난 곳에서 이미 전날 밤부터 준비 회의를 거친 사안이었다.
#2. 9월27일 밤 9시40분 대구시 용산동 용산파출소.
임시 수사본부가 설치된 이곳에서 한 시간여의 언론 브리핑이 끝나고 난 뒤 달서경찰서 형사 20여 명은 한시간 반 동안 자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크게 두 가지. 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은 공식 창구 이외에 일절 금지할 것과 행자부 장관의 일요일 수사본부 방문을 극비리에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장관님이 (수사본부에) 오시는 것은 수사 보안상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3. 9월29일 오후 성서 파출소 옆 수사본부 사무실.
이근식 행정자치부장관과 조순용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이 수사본부를 방문했다. 이 장관과 조 수석은 수사 진행상황을 듣고 나서 “연인원 30여만 명이 동원됐는데도 개구리 소년들을 찾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유족과 언론 등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말했다.
과연 이 장관과 조 수석은 경찰이 자신들의 방문을 ‘수사 보안’에 부쳐가며 준비해 온 사실을 알았을까. 유족들은 ‘전면 재수사’라는 신문 기사 이면에 ‘장관님 방문’으로 분주한 경찰의 모습을 짐작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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